(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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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보고서 발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흔히 제사음식에 올리면 안 되던 게 있다. 고추와 복숭아다. 고춧가루의 붉은 색이나 복숭아나무 가지가 귀신을 쫓는 벽사 기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또 마늘과 후추 같은 향신료도 사용하지 않고 또 ‘하찮다’는 의미가 포함된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도 올리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붉은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를 제사에 올린 곳이 있으니 바로 부산 영도다. 왜 그런지 하나씩 이유를 알아보자.

◆조그만 종지에 담아 올려

21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과 부산광역시(권한대행 행정부시장 변성완)가 ‘2021 부산민속문화의 해 사업의 하나로 부산 영도의 민속문화를 탐구한 민속조사 보고서(3종 총 5권)’에 따르면, 부산 영도 대평동에서는 실제 붉은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를 제사에 사용하고 있었다.

붉은 김치에 반드시 마늘 양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마늘과 고추를 모두 사용하는 셈이다. 대평동에서 붉은 김치를 제사에 올리는 주민의 출신지는 대부분 경남 고성, 통영, 거제 지역으로 공통으로 김치와 함께 간장이 조합을 이룬다.

경남 거제 출신인 옥준관(남, 1935년생)에 의하면 거제에서는 김치와 간장을 합쳐서 ‘침장’이라고 불렀는데, 접시에다 김치를 놓고 조그만 종지에다 간장을 담아 그 위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경남 고성에서는 스테인리스 그릇 위에 김치를 놓고 간장 종지를 함께 올려놓는다. 특정 지역에서만 나타나는 이 현상은 민속의 지역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국 다양한 출신지의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독특한 고향의 생활풍속을 유지하는 것은 도시민속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제사에 김치를 올렸다. 하지만 이 김치는 오늘날 익숙한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가 아니었다. 제사에 김치를 올리는 것은 조선 시대 의례 음식으로 사용됐던 ‘저(菹)’와 ‘침채(沈菜)’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저’나 ‘침채’는 당시 실제 생활에서 자주 먹던 절임음식이고 제사 음식이었다는 것은 수많은 의례서와 문집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종가가 많은 안동 지역의 경우 오늘날도 제사에 고춧가루와 마늘을 쓰지 않고 물김치나 백김치가 올라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김치를 제사에 사용하는 것은 유교적 제사 의례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영도로 들어오는 길목의 영도다리(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0.8.21
영도로 들어오는 길목의 영도다리(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0.8.21

◆희망·애환의 영도다리

부산 영도에는 1934년에 개통된 우리나라 최초의 도개식(跳開式) 다리인 영도다리가 있다. 이는 부산의 대표적 명소 중 하나다. 6.25 전쟁 때는 전국 각지에서 온 피란민들이 전쟁통에 흩어진 가족을 찾기 위해 영도다리로 모였고, 산업화시대에는 농촌을 떠난 이주민들이 영도에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영도다리를 건넜다. 영도다리는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만나는 약속의 장소였다.

그런가 하면 어려운 생활고나 가족을 잃은 비참한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삶과 이별하려는 사람들이 가는 곳도 영도다리였다. 이들을 구하고자 영도경찰서 소속의 자살방지초소가 세워졌다. 초소지킴이인 경찰(일명 ‘자살방지특공대’)들은 다리에서 사람들이 뛰어들기 전에 미리 막거나 물에 경비정을 띄워 목숨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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