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 시내 한 대형 결혼식장 주차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예약된 결혼식들이 취소돼 텅 비어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2월 23일 대구 시내 한 대형 결혼식장 주차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예약된 결혼식들이 취소돼 텅 비어 있다. (출처: 연합뉴스)

19일부터 강화된 거리두기

인원 제한에 결혼식 ‘비상’

규칙위반 시 ‘벌금 300만원’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하객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위약금으로 생돈 1000만원을 날리게 생겼어요. 결혼식을 이미 4월에서 9월로 미룬 상황이라 재연장도 안 된다는데 그렇다고 취소하면 위약금을 100% 물어야 하니 정말 답답합니다. 정부가 웨딩업체와 예비부부, 둘 다 살릴 방법을 줘야 합니다.”(9월 결혼 예정인 예비신부)

수도권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 적용으로 인해 지난 19일부터 약 2주간 실내에서 5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일 수 없게 되자, 결혼식에도 지장이 생겼다. 20일 결혼식을 코앞에 둔 예비부부들은 온라인상에서 결혼식 연기, 예식장 환불과 관련해 ‘정부가 웨딩업체와 예비부부에게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자 19일 자정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에 ‘수도권 방역 조치 강화’ 추진계획을 적용했다.

이번 조치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사적·공적 집합·모임·행사를 금지한 부분이다.

실내에서 하객 50인 이상이 모이는 결혼식이 열릴 경우 결혼식 주체자를 비롯한 모든 참석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예비부부들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웨딩업체와 예비부부 간 구체적인 합의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23일 대구 시내 한 대형 결혼식장 주차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예약된 결혼식들이 취소돼 텅 비어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2월 23일 대구 시내 한 대형 결혼식장 주차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예약된 결혼식들이 취소돼 텅 비어 있다. (출처: 연합뉴스)

9월 초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인 네이버 아이디 ‘heej****’는 “갑질 행세를 하며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웨딩홀과 50명 제한 조치를 취했지만 구체적인 진행에는 답이 없는 정부 사이에서 죽어 나가는 건 예비부부들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는 “비록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모두가 힘들지만 하루빨리 예비부부와 웨딩홀 모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호소했다.

1년 가까이 결혼식을 준비했다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친 사람도 있었다. ‘damo****’는 “정부 지침이 너무 대책이 없고 ‘(3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만 하니 답답하다”며 “결혼식까지 3주도 안 남은 상황에 모임은 취소하더라도 예식장, 보증 인원 조율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는 건 예비부부이다. 1년을 기다린 날인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오는 23일에 결혼한다는 ‘lgw7****’는 “1년 가까이 준비해서 내일모레 결혼인데 갑자기 코로나 때문에 3일 남겨두고 지침이 내려왔다”며 “돈은 다 떠나서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미루거나 바꾸거나 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고 오히려 지인들이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비부부의 가족들도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24일 딸의 결혼식을 앞뒀다는 ‘yuri****’는 “50명도 좋고 식사를 못 해도 좋다. 그런데 예식장에서 식사 제공이 없는데도 보증인원 200명의 식대를 내라고 하고 있다”며 “최소 1000만원을 내야하고 취소도 못 한다. 위약금 내야하고 연기도 안 된다.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 중재해주지 않는 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예비부부들을 위해 예식장 계약 취소와 변경이 가능하게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오는 10월 결혼할 예정인 예비신부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으로 40여명밖에 초대할 수 없게 된 상황임에도 계약된 예식장 식대 10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며 위약금 없이 계약 취소 혹은 날짜 변경을 할 수 있게 하고, 실제 식사 인원에 맞춰 식대를 내도록 하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예비부부들이 지나친 위약금을 물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가 취하는 조치에 대한 수용 여부는 개별 업체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예비부부들이 겪는 어려움은 완전히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방역 지침 지키며 결혼식(광주=연합뉴스) 4일 오전 광주 서구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예식장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지침에 맞게 200석 규모의 웨딩홀 좌석을 49석으로 축소했다. 거리두기 2단계 땐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 모임·행사를 할 수 없다.
4일 오전 광주 서구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예식장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지침에 맞게 200석 규모의 웨딩홀 좌석을 49석으로 축소했다. 거리두기 2단계 땐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 모임·행사를 할 수 없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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