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고객 경제적 피해 전액 보상 밝혀
정신적 고통 피해 보상, 정보유출 사실 입증하면 돼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농협 전산장애 사태와 관련해 일부 피해자들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농협 측이 먼저 자진해서 피해보상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속도가 붙었던 소송 움직임도 당분간 잦아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18일 열린 전산망 장애 관련 중간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피해보상 원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산장애와 관련해 발생한 연체이자·이체수수료 등은 민원접수와 상관없이 100% 보상하고 신용불량정보는 타 금융기관과 협의 하에 삭제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피해 고객이 입증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 보상 부분 등에 대한 책임 공방이다.

같은 날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 http://www.kfco.org/)과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소시연)는 농협에서 발생한 초유의 전산마비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적극적으로 보상하라고 주장하며, 최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소비자피혜 사례를 접수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소연은 “‘인체의 혈관’에 비견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전산시스템이 정확한 원인도 모른 채 2~3일간 중단돼 소비자들이 금융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한 사태는 금융소비자 3000만 명, 총자산 190조 원의 금융사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수치스럽고 불미스러운 일”이라며 “현대캐피털과 농협의 전산장애 사태에 대해 향후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피해자들을 지원해 집단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소연은 이에 앞서 지난 17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현대캐피탈과 농협 고객의 피해사례를 접수하는 창구를 개설, 전국 단일전화(1577-4995)로도 피해를 접수하는 ‘현대캐피탈 정보유출 및 농협전산마비 소비자피해신고센터’를 설치했다.

하지만 농협이 고객의 경제적 피해를 전액 보상한다고 나섰기 때문에 소송의 실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법무법인 넥스트 로(Next Law)의 박진식 변호사는 “농협 측에서 먼저 경제적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추가 (개인정보)유출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법정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정신적 피해보상과 관련해 박 변호사는 “정보유출 사실만 입증되면 경험책상 정신적 고통은 당연히 일어난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라며 손해배상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투자 시기를 놓쳤거나 부동산 매매계약 시 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는 사유는 민법에서 구별하는 ‘특별손해’로 처리돼 농협은 배상 책임을 면하게 된다. 손해는 예견 가능성에 따라 ‘통상손해’와 ‘특별손해’로 나뉘는데 농협이 거래마비로 고객의 부동산 계약이나 물품구입 계약 등이 파기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면 특별손해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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