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권 씨는 음악감상실 쎄시봉에는 DJ와 통기타, 젊음 그리고 낭만이 가득했다고 회상했다. 사진 / 김지윤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젊음의 풋풋함과 낭만이 있던 쎄시봉”

PD․DJ로 활동하며 쎄시봉 문화 만들어
술․폭력은 출입금지… 건전한 문화의 장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요즘 ‘쎄시봉(C’est si bon)’이 그야 말로 장안의 화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ㆍ장년에서 청년에 이르기까지 함께 듣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생겼다는 점에서 쎄시봉의 부활은 반가운 일이다. 프랑스어로 ‘아주 멋져’ ‘좋다’라는 뜻을 가진 쎄시봉. 도대체 이 쎄시봉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허나 여기, 쎄시봉의 열풍에 간과해서는 안 될 게 있으니 쎄시봉의 문화가 단지 노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쎄시봉은 당시 젊은이들이 자유를 논할 수 있던 곳이자 끼와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곳 그리고 낭만과 청춘이 함께했던 곳이었다.

1960~70년대 우리 가요계는 포크송과 한국 팝(POP)이 유행하고 록(ROCK) 음악이 태동하는 시기였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암울했던 시기, 젊은이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음악으로 나타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국 또한 격정의 60-70년대를 보낸 터라 그들의 음악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뿐 아니다. 영국의 록 음악밴드로 대표되는 비틀즈의 음악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하나의 아이콘과 같았다.

그렇게 한 시대를 공유했던 젊은이들이 팝송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을 듣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었으니 ‘쎄시봉’으로 대표되는 음악감상실이 바로 그것이다. DJ와 통기타, 젊음 그리고 낭만. 당시 음악감상실은 젊음의 표상이었으며, 새로운 문화를 형성해 가는 한 흐름이었다.

“당시 멋을 알고 음악을 알고, 좀 놀 줄 아는 사람들 중 쎄시봉에 와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었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쎄시봉’의 인기가 굉장했어요. 보통 굉장한 게 아니었어요.”

1970년대를 풍미했던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DJ이자, 동양방송ㆍ기독교방송ㆍKBS에서 PD로 활동했던 이선권(74) 씨의 말이다. 쎄시봉의 주인 아들이면서 DJ로 활동했던 그가 말하는 쎄시봉이 궁금했다.

서울 장안에 여러 음악감상실이 있었지만 디쉐네와 쎄시봉이 단연 인기였다. 특히 쎄시봉은 요일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젊은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전성기 때는 흔한 말로 ‘자루에 동전을 쓸어 담을 정도’였어요. 무교동으로 와서는 수난의 시대였죠.”

쎄시봉은 1953년 ‘명동장군’으로 불리던 육군 준장 출신의 김모 씨가 서울 명동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이후 축구선수 출신이자 사업가인 이흥원(1975년 작고) 씨가 인수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쎄시봉’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아버지가 운영하시기 전에는 이모가 친구 분과 함께 운영하셨어요. 이후 미국에 들어가시면서 아버지가 인수해 운영하게 되셨죠.”

명동에서 시작한 쎄시봉은 화신백화점 부근, 소공동을 거쳐 무교동 스타더스트호텔에 정착해 쎄시봉의 전성기를 열게 된다.

“쎄시봉은 당시 억압받던 청춘들이 자유를 느낄 수 있었던 곳이자 자신의 재능을 분출할 수 있던 곳이었어요. 청춘남녀들의 풋풋한 사랑도 있었죠. 그때는 젊은이들 사이의 순수함이랄까, 깨끗함이랄까 그런 게 있었어요. 낭만이 있었던 거죠.”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니만큼 앞서 말했던 힘 꽤나 쓰는 사람들의 지정 타깃이 되기도 했던 곳. 고뇌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의 안식처나 다름없던 곳이었기에 주인이었던 고 이흥원 씨의 쎄시봉 출입에 대한 철학은 완고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대단히 완고하신 분이셨어요. 술은 절대 반입금지였어요. 술 취한 사람도 주먹 쓰는 사람도 출입금지였죠. 학생들이 다칠까봐 걱정이 많으셨어요.”

입장료 30원만 있으면 좋아하는 음악을 원 없이 들을 수 있던 시절. 노래신청서에 DJ를 향한 마음을 수줍게 적어 전했던 시절. 낯설게만 느껴졌을 그 시절의 낭만과 노래가 지금 전 세대를 아울러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지쳐있는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해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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