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질적 반환” vs “어림없는 소리”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지난 13일 저녁 8시(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한 외규장각 의궤가 14일 한국 땅을 밟았다. 이날 이관된 의궤는 297권 가운데 75권(1차분)이다. 앞으로 3차례에 걸쳐 다음 달까지 외규장각 도서가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 교육관에서는 외규장각 의궤 환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10분가량의 브리핑을 끝낸 후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외규장각 의궤의 문화적 가치부터 논란이 일고 있는 영구 대여와 반환의 관계 등 다양한 질의문이 정 장관과 기자들 사이에서 오갔다.

특히 영구 대여와 관련해 당국은 ‘실질적 반환’이라며 개의치 않았다. ‘갱신할 시기에 프랑스가 도로 가져가는 경우가 발생하겠는가,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에 대한 장관의 답변은 “그럴 일이 없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어느 쪽이든지 일방적인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협의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30여 분 동안 진행된 기자간담회이 끝나자 기자들은 오후 4시 10분경 불과 3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수장고로 향했다. 당일 오후 2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규장각 의궤를 실은 차량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지학자뿐 아니라 국민이 고대하던 외규장각 의궤를 실은 차량이 도착했을 때 일제히 플래시가 터졌다. 역사적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연속 눌렀다. 145년 전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서적은 그렇게 환대를 받았다.

차량 문이 열리고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높이 약 1m에 가로 1.5m, 세로 0.5m가량 되는 궤였다. 궤는 총 5개로 구성됐으며 담긴 도서 목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지난달 16일 양국에서 체결한 약정서에서 이관할 시 목록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항목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관이 환영받는 입장만은 아니었다.

현장에는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도 함께했다. 그는 양국이 지난 2월 7일에 체결한 ‘조선왕조 왕실의궤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프랑스공화국 정부 간 합의문’을 입수, 의궤의 대여기간 연장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고, 전시·대여 등 활용에도 제약을 받는다고 공개한 바 있다.

황 소장은 의궤가 담긴 궤를 보며 이번 협상을 ‘실패한 협상’이라고 규정했다.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심스러운 반환이다. 대여가 얼토당토키나 한 말인가”라며 “로랑 엘리세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 동양문서 담당 큐레이터가 의궤와 함께 온 이유는 대여해 주는 입장에서 왔을 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합의문 해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한국에 대한 의궤들의 대여는 유일한 성격을 지니며, 그 어떤 다른 상황에서 원용될 수 없다. 선례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문 제4조가 문제다. 이는 향후 외규장각 도서 이후에는 이 같은 반환이 없을 것이라는 프랑스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 그는 “이번 합의가 발효되는 시점부터 가능한 시일 내 효력을 지닌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