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빛을 다시 찾은 날’이란 의미를 담고 있는 광복절(光復節)의 달 8월을 맞이하며, 1절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펄럭입니다’로 시작해 2절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입니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펄럭입니다’로 마무리되는 동요 ‘태극기’의 가사가 떠오른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권위와 존엄을 상징하는 표상으로 우리 전통과 이상을 특정 문양으로 나타낸 ‘국가상징’이다. 누구나 태극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정신과 주권을 대표하는 숭고한 표현의 상징물인 태극기의 내력과 문양에 담겨진 의미에 대해 실제로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것일까.  

나라꽃으로 불리는 무궁화(無窮花)는 아직도 국화(國花)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지만, 태극기(太極旗)는 오래전부터 법적으로 국기(國旗)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홈페이지(www.mois.go.kr)에 들어가 ‘국가상징 알아보기’를 열어보면 ‘태극기의 내력’과 ‘태극기에 담긴 뜻’이 게시돼 있다. 

우리나라의 국기가 처음으로 제정된 것은 1882년(고종 19년) 5월 22일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 조인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 게양된 국기의 형태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태극기의 첫 도안은 1882년 박영효가 고종의 명을 받아 특명전권대신(特命全權大臣) 겸 수신사(修信使)로 일본에 다녀온 과정이 기록되어 있는 ‘사화기략(使和記略)’에 담겨있다.

박영효는 그해 9월 일본으로 가는 선상에서 ‘태극 문양(太極 紋樣)’과 그 둘레에 8괘(八卦) 대신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를 그려 넣은 ‘태극·4괘 도안’의 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10월에 그 사실을 본국으로 보고했다. 고종은 1883년 3월 6일 왕명으로 이 도안의 ‘태극기’를 국기로 제정·공표했으나, 제작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문양이 다양한 형태로 사용됐다. 

1942년 6월 29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국기제작법을 마련하기 위해 ‘국기통일 양식(國旗統一樣式)’을 제정·공표했지만 국민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1945년 8.15 광복 후 1948년 8월 15일 정부가 수립되면서 태극기 제작법의 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1949년 1월 정부에서 ‘국기시정위원회’를 구성해 10월 15일에 국기제작법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 후 국기에 관한 여러 가지 규정들이 제정돼 시행돼 왔다. 

2007년 7월 ‘대한민국 국기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데, 국기법 제4조에는 “대한민국의 국기(이하 ‘국기’라 한다)는 태극기(太極旗)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2009년 9월 국무총리훈령으로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이 제정돼 공표되며 국기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우리 사회에 정착됐다. 

태극기의 흰색 바탕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태극 문양(太極 紋樣)’과 문양의 네 모서리에 검은 색으로 그려진 건곤감리(乾坤坎離) ‘4괘(四卦)’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태극기의 흰색 바탕은 백의민족의 밝음과 순수성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성을 나타내고 있다. 태극기의 중앙에 놓여 있는 원형의 태극 문양은 아래쪽에 ‘음(陰)’을 상징하는 파랑색 문양과 위쪽에 ‘양(陽)’을 상징하는 빨강색 문양이 원형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태극 문양에서 음과 양은 둘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지극히 큰 하나’를 상징하는 ‘태일(太一)’로 단일 민족성과 통일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음과 양에는 해와 달, 남자와 여자에서처럼 서로 반대되는 음양이 조화를 이루어 우주 만물이 생명을 얻고 발전해 나가는 대자연의 진리가 형상화해 담겨져 있다.

태극 문양의 네 모서리에 위치해 있는 건곤감리(乾坤坎離)로 구분이 되는 ‘4괘(四卦)’에서 왼쪽 위에 자리하고 있는 건괘(乾卦)는 우주 만물 중 하늘(天), 계절로는 봄, 향방 동(東)과 인성으로 어짐(仁), 오른쪽 아래에 놓인 곤괘(坤卦)는 땅(地), 여름, 서(西), 의로움(義)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 위의 감괘(坎卦)는 물(水), 겨울, 북(北), 지혜(智), 왼쪽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이괘(離卦)는 불(火), 가을, 남(南), 예의(禮)를 담고 있다. 

동요 ‘태극기’의 가사에서처럼 우리 국민정신과 주권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항상 마을마다 집집마다 펄럭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더 나아가 태극기가 무궁화와 함께 한반도 전역에서 하늘높이 아름답게, 그리고 힘차게 펄럭이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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