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만사(萬事)’라는 이 말은 우리사회에 가장 널리, 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말인데 이는 ‘좋은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을 잘 풀리게 하고, 순리대로 돌아가게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조직이든 사조직이든 조직사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인사가 있기 마련인데 특히 공조직에서는 그 기준이 명확해야 하고, 인사 결과에 대해 평가받은 조직인들이 수긍하는 것이 가장 잘된 인사라 할 것이다.

지난 7일 단행된 검찰의 검사장급 이상 인사가 추미애 법무장관 주도로 이뤄졌는바 여기에 말들이 많다. 정치권에서 야당이 평가하는 것은 비판일 테니 그렇다 치더라도 인사를 당한 당사자나 검찰 내 조직 평가가 영 시원찮다. 추 장관은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사했다고 하지만 일반적 평은 그게 아니다. 추 장관은 검찰 내에서 누구 사단이라는 것이 용납될 수 없다고 원론적 이야기를 했지만 일부에서는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이 해체돼 뿔뿔이 흩어지고 그 대신 ‘추미애 사단’이 자리잡았다는 말이 조직내외에서 공공연히 떠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인사에서 영전한 사람이 있으면 좌천을 당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좌천성 인사를 당해 조직 순리를 부정하고 푸념하는 건 올바르지 않겠지만 그 인사로 인해 조직을 영원히 떠나는 고위공직자의 입장에서 밝힌 소회는 비교적 진실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광주지검장으로 있다가 한직으로 알려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문찬석(59) 검사장이 사표를 내면서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이 일리가 있고 사회여론을 타고 있다.

문 검사장은 지난 2월 전국 검사장 및 선거전담부장검사 회의석상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총장의 지시를 거부한데 대해 공개 지적 발언한 바 있듯, 검찰의 지휘체계를 염려하고 검찰조직을 사랑한 인물이다. 또 그는 금융범죄 수사 최고전문가로서 2017년에는 다스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밝혀내 재판에 넘기기도 했던 일화가 유명한데, 특히 인사 불이익을 생각하며 옳은 일을 외면하는 비겁한 행동을 하지 않아서 떳떳했다는 것이다.

그러했던 그가 검찰을 떠나면서 “그 많은 (검찰)인재들을 밀쳐두고 이번 인사에 관해서도 언론으로부터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하면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무능한 군주가 무능한 장수를 등용하는 그릇된 용인술 때문이라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이번 검찰인사가 만사가 아닌 망사(亡事)로 ‘부끄럽다’는 것인즉 쏠쏠한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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