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면 천지일보 편집인.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인 2017년 대선전에서 슬로건으로 내세운 게 바로 ‘정권 타도와 교체’였다. 라이벌로 등판한 반기문 후보는 ‘정치와 제도를 바꾸자’고 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문 후보의 슬로건에 대해 참으로 이상한 논리며 교만하고 위험스런 발상이라 우려했으며, 필자 또한 마음에 담아둬 왔다. 역시 오늘에 와 보니 기우(杞憂)가 아니었다.

이제 문정권의 진면목이 백일하에 벌거벗은 것 같이 다 드러나고 말았다. 정치와 통치의 가치를 보복에 뒀고, 전 정권과 무조건 차별성을 두려했고, 이념이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해 왔으며, 나아가 국민과 국가가 없는 보복과 성과와 치적 쌓기와 정권 연장이 목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려야 하는 서글픈 현실이 가슴 아프다.

즉, 그 어디에도 국민과 국가는 없었다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누가 누구를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잘못된 게 있으면 머리를 맞대고 오직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설득하고 협력해 나가는 통합의 미덕이 곧 정치의 덕목이며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겠는가. ‘도토리 키 재기’라는 말이 있고,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이 왜 있겠는가.

실력도 없이 투쟁만 일삼던 세력이 잘난 체 하다가 ‘내로남불’의 정권이 됐으며, 비웃음과 조롱의 대상이 될 줄은 자신들만 몰랐을 것이다. 이론과 현실이라는 단어의 뜻부터 공부한 후에 국정을 넘봐야 했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정치와 통치의 시작은 인사(人事)에서 시작된다. 인사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으니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탕평(蕩平)이란 말이 있듯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정(善政)이 발로가 됐다면 진영을 초월해 인재를 찾아 등용했을 것이다. 오직 내 편만을 찾아 세운 정권과 세력의 소극적이며 조급한 행정은 법치국가의 근본 된 헌법마저 시행령, 지시, 국민 청원 등의 즉흥적 조치보다 하급법이 되게 하는 나라, 불법이 성한 나라로 추락하고 변질되게 했다.

그 결과 현 정권의 고급공직자 수준은 실력과 능력보다 진영이 우선하니 참혹할 따름이다. 진영이 다르면 도저히 함께 일 할 수 없어 옷을 벗어야 하는 미친 나라가 돼버렸다.

무능의 극치는 부동산 정책에서 동네 행정 하듯 그 무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23번의 대책이 쏟아져 나와도 아무런 효과 없이 국민들에겐 그저 어지럽고 혼란스럽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남북관계는 민족적 거국적 이성적 접근이 아닌 조급증을 앞세운 성과와 치적 내지 감성적 이념적 접근으로 얕보일 뿐 결과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도 깨달음 없는 굴종적 대북관이 과연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인내일까 아니면 무엇이라도 하나 건져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시일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대목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움직여가는 세력은 고유한 민족의 DNA와 피가 흐르는 것 같지 않으며, 민족의 동질감보다 이질감이 더 짙어 보이니 왜 그럴까.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민들에게 남아 있는 잔상은 한편의 드라마와 쇼와 연극을 본 느낌일 뿐 그 어디에서도 국민과 국가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쇼와 같은 통치와 행정은 자신들의 무능을 감추는 데 아주 훌륭한 수단이며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마약의 성분과 같이 갈수록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국민으로 미쳐가게 하는 지극히 위험한 통치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 4호의 이름은 ‘하구핏’이다. 이는 ‘채찍질(회초리)’이란 뜻을 가지고 찾아왔다. 하늘은 그래도 우리 대한민국을 사랑하사 채찍으로 꾸짖으며 회개와 반성을 요구했지만 그 어디에도 깨닫고 돌아오는 이는 없으니 결국 수많은 피해만 남기고 미련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하늘을 의지하고 살아온 하늘 민족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나랏님이 앞장서서 하늘을 향해 기우제를 올려 백성들을 살려달라고 목 놓아 빌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가 오지 않으면 땅을 파고 나아가 양수기로 물을 끌어낸다. 지나친 문명과 인생의 교만은 하늘을 찔러 하늘의 채찍도 아픈 줄 느끼지 못하는 이성 없는 짐승 같은 인생이 돼 버렸다.

그래도 백성이야 어찌 됐든 권력만 움켜쥐면 되는 세상에 하늘이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악이 창궐해 부패와 타락이 최고조가 된 세상, 이러한 세상은 끝이 날 것을 옛 성인은 미리 잘 말해 놨다. 그래도 하늘은 이렇게 끝나는 세상 속에 새 세상을 만들어 갈 비책을 감춰놨으니 바로 송구영신이다. 다시 말해 이 세상은 더 이상 기대할 게 없으니 끝나고 없어지는 것이며, 없어져 가는 세상, 없어지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희망의 참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 말은 세상의 권력 힘 재물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영원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일장춘몽과 같은 권세를 움켜쥐고 더 이상 죄 짓지도 잘난 체 하지도 말고, 섭리 가운데 찾아온 희망의 메신저를 찾아 겸손한 자세로 나와야 할 것이다. 그 길만이 살 길임을 잊지 말라.

김진호 화백 ⓒ천지일보 2020.8.9
김진호 화백 ⓒ천지일보 202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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