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6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조속 제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왼쪽).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지난 6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조속 제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왼쪽).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불교계 “지지” 천주교 “침묵”

보수 개신교, 반대 시위 나서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보수 개신교라는 거대한 산에 부딪힌 ‘포괄적 차별금지법’. 시간이 갈수록 보수 개신교의 분노는 더 끓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국회 앞에서 수백명이 모인 가운데 차별금지법의 폐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보수 개신교가 들고 나선 가운데 천주교, 불교 등 타 종교계에서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불교계는 일찌감치 제정 촉구에 나선 반면 천주교에서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다.

사실 천주교 역시 동성애에 대해 금기시하고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올라와 있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를 보면 실제로 “동성애는 자연법에도 어긋난다”며 “동성의 성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다만 교리서에서는 “그들을 존중하고 동정하며 친절하게 대해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들(성소수자)에 대해 어떤 부당한 차별도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교단에서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천주교 단체나 일부 신도들을 중심으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 22일 ‘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차별금지법·평등법을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의 기독교단체 공동 성명에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그리스도 안의 한 지체인 그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포괄적 평등법은 그 누구도 주님의 은혜로부터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우리 시대의 포괄적 복음”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위원회 역시 지역 내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바라는 성명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에서는 한목소리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작은 풀, 큰 나무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내리는 모습이 모두가 지향해야 할 세상”이라며 국회에 법안 통과를 주문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지난달 21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 예방 당시 “부처님께서는 2500년전에 계급타파를 주장하셨고 지금도 인간만이 아니고 만물이 평등하다고 했다”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해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전인 올해 1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광화문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조계종 측은 기도회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무기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차별금지법에 대한 개신교계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수 개신교는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고 ‘차별금지법은 역차별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채영남 목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안에 어마어마한 음모와 마귀의 계략이 담겨 있는 것을 우리가 잊어선 안 된다”며 “이것은 우리의 목숨을 던져 막아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중 예배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지 못한 우리의 죄를 회개’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정치인이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포괄적 차별금지법 다 폐기되고 사라지도록, 발의하는 자들이 죄를 깨닫고 하나님 앞에 돌아오도록’ ‘코로나19 소멸과 치료, 회복을 위해’ 등 제목을 놓고 기도회를 하기도 했다.

집회를 주최한 한국성시화운동협의회와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등은 성명서를 통해 차별금지법의 입법을 즉각 중단하고 법안을 폐기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성시화운동협의회 상임회장인 이종승 목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내버려 두면 교회를 죽이고 진리를 죽이고, 가정이 망하고 후손이 망하고 민족이 망하고 나라와 인류가 망한다”며 “논리 싸움에 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을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어기고 인류와 민족을 멸망시키고 가정과 후손을 멸망시킬 음란할 이들을 보호하고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한테는 벌을 준다는 불의의 법”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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