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종북으로 규정하는 등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발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일 전 목사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그동안 한국교회가 이루어놓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연말까지 하야할 것과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 헌법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물론 교계 내에서도 “선을 넘었다”며 전 목사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민단체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문 대통령의 하야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전 목사를 내란선동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의 모습. ⓒ천지일보 2019.6.7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의 모습. ⓒ천지일보DB

비대위, 전광훈 측 대립 속

임시총회 개최 두고 ‘잡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전광훈 목사의 대표회장 자격이 정지되면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전 목사를 옹호하는 인사들과 전 목사를 반대하는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으로 나뉘어 내홍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한기총 임시총회 개최를 두고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기총 내부에서는 대표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선 먼저 임시총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한기총 임시총회 준비위원회가 발족됐다.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홍재철 목사로 그는 지난 2013년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홍 목사는 당시 교계에서 지목한 이단을 해제해줘 논란이 됐고 이에 반발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등 주요 대형교단이 탈퇴하며 한기총의 입지가 크게 휘청이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가운데 한기총 임시총회 준비위원회 행정(간사) 홍보담당 김인기 목사는 지난 27일 한기총 총대들에게 긴급 문자를 보내 한기총 임시총회 개최를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자를 통해 “한기총 임시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이우근 직무대행의 허락하에 한기총의 회의실 사용을 공문을 접수했지만 전 목사의 측근 몇 사람이 주동이 돼 본 모임을 방해하는 전화나 문자들을 난무하고 있다”며 총대들에게 주의를 부탁했다.

이어 “본 모임을 불법이라며 참석을 못 하게 하는 등 방해하는 것은 사무직원의 범위를 벗어난 엄연한 월권”이라며 “추후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놨다.

앞서 한기총은 전 목사의 재임이후 전 목사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갈등을 빚던 상태였다.  결국 비대위 측은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라고 말한 전 목사의 대표회장 자질과 자격,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성 등을 이유로 전 목사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및 임시대표자 선임신청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를 지난 5월 18일 받아들이면서 전 목사의 한기총 대표회장 직무가 중단됐다. 

비대위 측은 당시 전 목사의 대표회장 자격을 정지한 법원의 결정에 환영하며 한기총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기총 일부에선 먼저 대표회장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한기총 비상임시총회가 시급하다고 판단, 지난 21일 용산 컨벤션센터에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어 ‘임시총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준비위는 이우근 대표회장 직무대행에게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임시총회를 소집해줄 것”을 요청하고 이 직무대행과 면담 일정을 잡는 등 한기총 임시총회 개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임시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선 한기총 정관 제11조 2항 상 ‘임시총회는 임원회 또는 회원 3/1 이상이 안건을 명시해 요청하면 소집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회원 3/1이 반드시 안건에 서명해야 하는데 전 목사를 옹호하는 일부 한기총 세력이 총대들에게 모임을 방해하는 내용의 문자나 전화를 보내고 있다는 게 준비위 측의 주장이다.

반면 한기총 측은 준비위에 대해 신경 쓰지 않겠단 입장이다. 한기총 측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기총에 있다가 반란을 일으켜 제명당한 사람들”이라며 “임시총회를 열려면 회원 3/1의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데 한기총 교단 76개 중 준비위와 함께하는 단체는 6개밖에 안된다. 시끄럽게 반응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한기총엔 전 목사 측 인사들이 적지 않아 임시총회 개최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 끝이 안보이는 내홍 속에서 한기총이 갈등을 해결하고 과연 예전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한기총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연합기구의 지위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미 진보, 보수 상관없이 국내 주요 교단 대부분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에 가입한 데다 각종 정부기관이나 사회단체와의 소통 역할을 맡고 있는 건 한교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기총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소속 교인수가 1200만에 달하는 한국교계 최대 연합 기관이었다. 하지만 금권선거, 대표회장 막말 등 논란으로 주요 교단이 잇달아 탈퇴하면서 한국교회 최대 연합기구라는 지위를 사실상 상실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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