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오랜 기간 연구한 결과로 이제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 담배는 인류사회에서 여전히 기호품으로 생산돼 판매되고 있다. 담배가 갖고 있는 유해인자를 없애고 순수한 맛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으로 액상담배, 전자담배가 개발됐지만, 그 유해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담배는 흡연자의 건강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피울 때 비흡연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는 이미 흡연 문제로 오랫동안 논란을 야기했고, 흡연자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흡연이 건강을 해친다는 연구가 계속 나왔음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흡연자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경제적 이유로 인해 담배생산은 계속되고 있다. 물론 그동안 비흡연자 사이에서 금연운동이 시작됐고, 이를 국가 차원에서 다루면서 ‘국민건강증진법’에 금연에 관한 규정이 삽입됐다.

2004년 헌법재판소에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제7조에 규정된 금연구역 지정과 관련해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다. 헌법소원심판은 국가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이의 구제를 위해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헌법소송이다. 여기서 헌법재판소는 흡연자들이 자유롭게 흡연할 권리를 흡연권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흡연권은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와 사생활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7조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흡연권은 사생활의 영역이고 자유로운 흡연의 결정 및 흡연행위도 개인의 자유로운 생활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의 기본권들로부터 도출할 수 있는 권리라고 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흡연권과 마찬가지로 비흡연자들에게도 흡연을 하지 아니할 권리 내지 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인 혐연권이 인정된다고 했다. 특히 혐연권은 흡연권처럼 헌법 제10조와 제17조로 도출할 수 있으며, 나아가 흡연이 흡연자는 물론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비흡연자들의 건강과 생명도 위협한다는 면에서 혐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건강권과 생명권에도 근거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흡연자가 비흡연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으로 흡연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의 흡연행위는 필연적으로 흡연자의 기본권과 비흡연자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했다. 그런 경우,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를 근거하는 것이고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명권에도 근거하는 것으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흡연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지만 혐연권을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혐연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흡연은 비흡연자들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흡연자 자신을 포함한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공기를 오염시켜 환경을 해친다는 점에서 개개인의 사익을 넘어서는 국민 공동의 공공복리에도 관계된다고 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흡연권과 협연권 양자를 기본권으로 인정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본권 보호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 흡연권을 제한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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