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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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은 하늘이 내린 벌을 지칭한 말이다. 우리민족은 심성이 착해 작은 죄를 져도 혹 천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고려가요 이상곡(履霜曲)에는 한 여인의 노래가 나온다. ‘내가 임(지아비)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쫓으면 천벌을 받겠지요….’

홀로 된 여인이 외간 남자들의 유혹을 경계한 노래다. 정절을 잃는 것이 하늘의 도를 망각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여인은 더욱 더 옷깃을 여미며 죽은 지아비 망령에 대해 신의를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원로 불교 대종사 한분은 천벌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천지를 배은(背恩)하고 천도(天道)를 망각하면 반드시 천벌을 받는다.’ 천지 배은은 무엇이며 천도를 망각함은 또 무엇일까.

구약성경을 보면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에서 탈출시킬 때 하늘은 바로에게 천벌을 내렸다. 처음에는 나일강 강물을 피로 물들게 했고 엄청난 메뚜기 떼의 습격과 잔혹한 악질이었는데 이 악질이 전 도시에 퍼졌다.

그 다음 천벌은 더듬을만한 캄캄한 흑암이 삼일 동안 애굽 온 땅을 뒤덮었다. 그러나 바로는 이스라엘 민족을 학살하겠다고 폭언을 한다.

애굽 땅에서 난 모든 사람의 장자와 생축의 처음 난 것을 모두 죽게 함으로 애굽에 큰 호곡이 있었다. 문설주에 피를 바른 이스라엘 민족만을 구원하고 애굽인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제야 바로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이스라엘 민족을 놓아준다.

옛 치리자들은 천둥과 벼락만 있어도 움칠 놀라 부덕을 반성했다. 흉년이 들면 정치가 혹정은 아니었나를 돌이켜 봤다. 평생 궁중에서 희생해야 하는 궁녀들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억울하게 죽은 신하가 없는 가를 살펴보기도 했다.

당시에는 역병을 천벌로 생각했다. 조선시대 기록에 제일 많이 나오는 것이 역병이었다. 임진란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광해군 때 역병이 심했다. 함경도에서만 한 달 사이에 죽은 백성이 290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광해는 역병이 발생하면 궁중 안에서 근신하고 있었으나 지방 관리들은 자신들만 살려고 전전 긍긍했다는 기록이 있다. 분노한 광해는 거짓 보고를 한 관원들을 진상 조사해 죄를 엄하게 추궁했다.

코로나19, 미증유 국난을 치르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어디일까. 고인이 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구촌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운동만을 열심히 해 온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사단법인마저 등록을 취소했다. 아직은 행정소송 중이지만 정치, 진용 논리로만 한 단체를 이렇게 탄압한 예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구시까지 코로나를 확산시킨 주범인양 매도했다. 대구시는 종교단체인 신천지에 1천억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19의 문제점은 정부가 중국 요우커들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고, 대구시의 사전 대응이 문제였다. 자신들의 잘못을 뒤집어씌우려는 인상이 짙다.

신천지 신도들도 시민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 땅에는 엄연한 종교의 자유가 있다. 위민(爲民)을 천도로 삼아야 할 위정자나 행정기관들이 왜 이러는가.

모진 비난과 탄압 속에서도 4천명의 대구 신천지 신도들이 혈장 공여에 앞장서고 있다. 의료 시설이 부족해 먼저 500명이 채혈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혈장 공여가 코로나를 퇴치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는 눈물겨운 소망을 토로한다. 필자는 2020년 절망의 시기에 이 보다 아름다운 행렬을 본적이 없다.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비난하고 손가락질 한다면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것이다. 진정 천벌이 두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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