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원 '꿈 일기_읽기' 전에서 공개되는 작품 (출처:갤러리 도스) ⓒ천지일보 2020.7.18
한희원 '꿈 일기_읽기' 전에서 공개되는 작품 (출처:갤러리 도스) ⓒ천지일보 2020.7.18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익숙한 감각에서 편안함과 지루함을 느끼고 미지의 모습에서 불안하지만 미묘한 이끌림을 느낀다. 아직 마주하지 않은 다가올 현실에 힘을 쏟기 위해 관성처럼 꿈을 꾸지만 그렇게 체력을 소진해가며 만든 꿈은 아이러니하게도 지쳐가는 현실에서 비롯된 기준으로 타협과 제단을 거치며 모양이 빚어진다. 그 너머를 알 수 없는 안개 같던 꿈을 보았을 때는 두려워도 기대하며 자신이 알아 볼 수 있는 형상을 찾으려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자세히 보기위해 집중할수록 행위에 비롯되는 에너지의 흐름으로 인해 의식이 들고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렇게 눈을 뜨면 희미한 기억의 안개 속에서 그토록 붙잡아 보고 싶었던 무언가는 차가운 현실에 식어버린 작은 서리조각이었고 그마저도 금세 녹아서 손바닥에 스며든다.

이는 갤러리 도스가 ‘흐름의 틈’ 하반기 기획공모전으로 마련한 한희원 ‘꿈 일기_읽기’ 전(展)이다. 전시는 서울시 종로구 갤러리 도스에서 이달 22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한희원이 그리는 꿈의 이미지는 자신이 잠든 동안 마주한 형상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분명히 다녀간 듯 마음 곳곳에 흔적을 강력히 남겼지만 얼굴을 마주한 적도 이름을 불러본 적도 없기에 기억나지 않는 기록 사이의 텅 빈 여백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형상 없는 곳에서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는 자유롭지만 도피처라고 여긴 환경에서 방황하게 될 수 있다.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지 않고 화면에 스미고 흩뿌려진 이미지는 잠에 들기 위해 눈을 감았을 때 눈꺼풀 안쪽을 맴도는 현실의 잔상처럼 부유하는 모습인 동시에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을 때 현실이 난입한 시야에 입김처럼 남아있는 지난밤을 함께한 환영이기도 하다.

작가는 방향성이 뚜렷한 붓질이나 색의 사용을 절제하여 자신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기억해내고 싶은 감정을 표현했다. 구체적인 모양이 없는 안료가 물과 종이를 만나 필연적으로 스며들고 말라붙을 수밖에 없는 작업 방식은 감각과 숙련된 행위의 조정을 통해 조형성을 부여 받는다.

작품 앞에 서기까지 누적된 경험들이 화면에서 보이게 되는 형상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이렇게 듣고 싶은 말을 듣고 보고 싶은 것을 보기위해 발버둥 칠수록 애석하게도 달콤하던 꿈에서 의도치 않게 깨어나는 것처럼 작품의 본질인 분명히 겪었지만 기억나지 않는 희미함에서 멀어지게 된다. 자연스러운 호기심은 개인적인 욕망과 뒤섞이며 작품을 해부하려 들겠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함은 굳이 자세히 알려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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