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최고규범이고 최상위의 법질서이다. 헌법은 명문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명문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헌법적 가치를 가진 권리는 헌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열거되지 않은 권리로 기본권의 성격을 가지면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알 권리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과 같은 권리는 기본권으로 인정했다. 특히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규정이 없는 권리를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하기 위해서 일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권리가 헌법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기본권으로 주장하기 위해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동의를 얻으면 독자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평화적 생존권이나 영토권 또는 통일권은 구체적 내용이 부족해 독자적 기본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알 권리에 대해서는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이라고 했다. 이는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기본권으로서 기존의 기본권으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에 해당하기 때문이지 기본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여러 기본권 조항으로부터 근거를 갖는 기본권을 독자적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것은 그 기본권을 언급할 때마다 근거 조항들을 일일이 제시하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은 명문의 기본권임에도 행복의 추상적 의미 때문에 독립된 기본권인지, 포괄적 기본권인지, 아니면 다른 기본권을 보충해 주는 기본권인지에 대해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행복추구권은 다른 기본권을 적용해도 보호를 못 받은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이라고 판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다양한 기본권이 도출될 수 있다.

학계의 일부 견해는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휴식권과 수면권이 도출된다고 주장한다. 휴식권은 일하다가 잠시 쉬는 것을 말하며 수면권은 잠을 잘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는 편안함을 추구하며 쉴 수 있는 권리로 볼 수 있다. 인간은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양자는 건강한 삶,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라고 할 수도 있다. 즉 양자는 건강권과도 관련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사법시험 제1차시험을 일요일로 정한 것이 종교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휴식권도 침해한다고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휴식권은 헌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포괄적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행복추구권은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으로 포괄적이고 일반조항적인 성격을 가지며 또한 그 구체적인 표현으로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을 포함한다”라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휴식권을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나오는 권리로 침해하면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았다. 즉, 휴식권은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이고, 휴식권이 침해되면 행복추구권을 근거로 하는 권리가 침해됨으로 궁극적으로 휴식권의 침해는 행복추구권의 침해로 나타난다. 휴식권과 수면권은 독자적 기본권은 아니라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호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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