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제3차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제3차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9

통합당 내 강경파 의원 의견 관철된 듯

“법제사법위원장, 통합당에 되돌려줘야”

의사일정 합의‧정보위원장‧인사청문회 차질

文 대통령 국회 개원 연설도 미궁 속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미래통합당이 야당 몫의 국회부의장을 추천하지 않기로 하면서 7월 임시국회를 둘러싼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통합당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8일 오전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법사위가 빠진 상임위원장은 의미가 없다. 부의장 자리도 연장선상이라는 결론”이라며 “내부적으로 부의장을 뽑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를 정상화하려면) 여당이 협치의 전통과 원칙을 다시 세우면 된다”며 법사위원장을 통합당 몫으로 되돌려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는 정부와 거대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법제사법위원장을 뺏긴 상황에서 사실상 명예직에 가까운 부의장 자리를 받는 것은 대여투쟁의 명분과 동력만 떨어뜨릴 것이라는 강경파 의원들의 의견이 관철된 결과로 보인다.

이날 통합당 의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원내지도부는 당내 최다선인 5선의 정진석 의원을 야당 몫의 부의장으로 추대하려 했지만, 다수 의원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거부한 뒤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덥석 부의장 자리를 채우느냐”며 거세게 반발했다고 한다.

특히 통합당 김태흠 의원은 “국회부의장을 안 뽑아도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를 열 수 있다”며 “상임위원장은 안 하면서 국회부의장을 뽑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

정진석 의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부의장을 추천하지 말아달라고 말씀드렸고 원내지도부가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후 페이스북에 “호랑이는 굶주려도 풀을 먹지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당분간 국회는 야당 소속 부의장 1석이 공석인 채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이 부의장 선출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박지원 국정원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포함해 7월 임시국회 일정과 국회 개원식, 정보위원장 선출 등의 국회 일정 협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야당 몫의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의장실과 심 대표가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국회부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국회 정보위원장 선출과 정보위원의 선임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정보위원회 위원은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부터 해당 교섭단체 소속 의원 중 후보를 추천받아 국회부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선임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보위 구성이 지연돼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여야 협의가 당분간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주 여야 협상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개원 연설의 진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개원 연설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30분 분량의 연설문을 준비했지만,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서 8번이나 연설문을 수정했다.

만약 여야가 국회 일정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문 대통령은 1987년 개헌 이래 가장 늦은 개원 연설을 하는 현직 대통령이 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국회 개원식에서 진행하는 연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1987년 개헌 이래 총 8번 있었던 개원식(13대~20대) 중 가장 늦은 개원식은 18대 국회에서 열렸다. 2008년 7월 11일 열린 당시 개원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개원 연설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3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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