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쏙쏙] 美 비건, 2박 3일 방한… 대북 메시지 관심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7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오후 군용기 편으로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했다.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12월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교착 국면인데다 남북관계도 얼어붙은 가운데 이뤄지는 방한인 만큼 다시 북미대화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상황과 맞물려 대북협상 실무 총괄자로서 모종의 대북메시지를 들고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공개된 방문 목적은 2가지다. 하나는 동맹으로서의 긴밀한 협력, 또 하나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 논의다. 국무부가 발표문에 비건 부장관의 대북특별대표 직함을 함께 명시한 이유도 협상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맥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2월 부장관 지명자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대북 접촉도 모색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서 성사되진 않았다.

이번에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비건 부장관의 방한 기간 동안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北대화 거부 속… 비건, 8일부터 일정 시작

비건 부장관은 현재 미 국무부 서열 2위다. 의전상으로 본다면 북한의 협상 상대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다.

하지만 지난주 최 제1부상은 “미 대선 전에는 미국과 마주앉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고, 나아가 비건 부장관 방한 일인 이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 국장도 대화 거부 의사를 재차 밝힌 상태다.

비건 부장관은 8일부터 방한 일정을 시작한다. 외교부는 방한 기간 비건 부장관이 강경화 외교장관, 조세영 제1차관,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등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워킹그룹(실무그룹)이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한 세부 협의도 하는 기구인 만큼 ‘향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 교착 상태에 놓인 한미 방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나 미국이 추진하는 주요 7개국(G7) 확대 등에 관한 의견을 서로 교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로운 외교안보 라인 지명자들과의 만남이나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만남 여부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이 꽉 막힌 북미·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은 현재로선 그리 밝지 않다. 다만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환점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선 종전안 그 이상으로 양보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그간 밝혀왔던 것처럼 ‘북한과의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등 원론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걸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에 한미 모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지만, 북미 양측 간 간극이 큰 만큼 북한과의 깜짝 접촉이나 만남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꽉 막힌 북미관계를 열어줄 실질적인 진전의 계기가 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통화에서 “북미 양측이 조심스럽게 입장을 타진하는 선에서 메시지를 던질 것 같다”면서도 “장담할 순 없지만 양측 입장차가 여전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접촉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