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당시 천정배 장관이 행사한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당시에도 검찰개혁이 초미의 화두였다. 수사지휘권 발동은 그만큼 법무부와 검찰은 물론 정치권 안팎에도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 셈이다. 

앞서 윤 총장은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유착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압박했다는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 지난달 19일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겉으로 드러난 의혹만 놓고 보자면 이번 사건은 매우 중대한 범죄 혐의가 농후하다. 윤석열의 검찰과 채널A, 게다가 그 타깃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보니 정치권의 관심까지 촉발시켰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 파장은 검찰과 채널A 모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일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미 상당부분 수사가 진행된 상태다. 그렇다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수사팀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 여기에 여권 측 인사나 윤석열 총장 측이 어떤 방식이든 개입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 후유증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윤석열 총장은 수사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문단 회의를 소집했다. 수사팀의 기소가 타당한지를 자문단 회의를 통해 점검해 보겠다는 것이다. 자문단은 대부분 대검이 선정한 검사들로 구성된다. 당연히 윤석열 총장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수사팀이 반대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5년만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를 놓고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횡포가 안하무인’이라며 추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 발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정치권 공방으로 가는 형국이다. 법리를 따져야 할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법리 보다는 오히려 정치가 앞서는 최악의 국면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총장이 일선 수사팀의 요청을 묵살하고 자문단 회의를 소집한 것은 검찰 안팎에서 큰 갈등으로 번질 수 있음을 알고도 강행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를 통해 정치적으로도 무엇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더 신중해야 할 추미애 장관이 연일 윤석열 총장을 난타하면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한 것도 정치적 해석 외에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다시 정치 공방으로 번지는 현실이라면 이미 상식과 법리의 도를 넘었다. 정치권만이 아니다. 검찰개혁도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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