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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팔당호를 이루며 한강으로 뻗어 나가는 두 강옆 정약용 유적지 다산생태공원을 찾은 시민이 지난달 21일 그네 밴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 

생태·역사·문화 어우러진 친환경적

200년 전 정약용 선생 숨결 느껴

다산에 쉼을 허락한 ‘두 강’

[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전쟁과도 같은 일터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껏 더워진 날씨를 기회 삼아 자연을 찾아 떠나는 여행객이 많다. ‘힐링’ ‘안식’ ‘쉼’이란 단어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곳이 있다. 정약용 유적지로 알려진 남양주시 다산생태공원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아 자동차로 30~40분이면 넉넉하게 도착한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 자연의 품에 안겨 불어오는 바람을 벗 삼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팔당호를 이루며 한강으로 뻗어져 나가는 두 강에 자리한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생태공원은 정약용의 고향이다. 인간은 자연을 그리워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한강의 물줄기를 타고 어우러진 생태공원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자연의 조화와 사람의 손길이 함께해 탄생된 공원은 거리를 두면서 자리를 잡으면 마스크를 살짝 내려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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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다산생태공원 장식대 양쪽 난관에는 늦봄부터 가을까지 피는 꽃으로 장식돼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천지일보 2020.7.5

 산들바람과 함께 찾아온 초록색이 더욱 짙어지는 주말에 찾은 생태공원은 코로나19로 그리움만 쌓이는 가족들끼리 비대면이 아닌 삼삼오오 여유로움으로 얼굴을 맞대며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다산생태공원은 입장료와 주차장 요금이 없다. 주말이면 좀 벅찰 수 있으나 다목적 광장으로 조성된 200~300대 주차장 공간이 마련돼 있다. 남양주 시민뿐 아니라 도심의 모든 관광객을 품기에 넉넉한 지역의 명소다.

◆다산에 쉼을 허락한 ‘두 강’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다산생태공원은 생태·역사·문화가 어우러진 친환경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물환경 생태공원으로 다양한 화초가 조성돼 이용객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수변공원이다.

정약용선생의 탄생지인 남양주 조안면 능내리는 열수(한강)를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길렀던 선생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다. 4대강 조성과 한강수질개선으로 5만 400여평에 조성된 생태공원은 남한강 팔당호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지금은 팔당호수가 된 마재마을을 이토록 넓고 아름다운 강 풍경을 볼 수 있다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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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남양주 정약용 유적지 다산생태공원에서 지난달 21일 시민들이 나무 그늘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

생태연못, 생태습지, 실개울, 산책로, 초지쉼터, 팔당호탐방로 등 정보센터로 구성된 이곳은 강쪽으로 회전 전망대를 비롯해 데크 4개가 있다. 소내나루 전망대위에 오르면 팔당수질개선본부가 보이고 앞쪽에는 소내섬이, 오른쪽에는 용마산과 검단산이 보인다.

두강을 바라보며 읊조렸던 다산 정약용의 詩도 만날 수 있다.

“배타고 소내로 돌아가며 한강에 외 배 띄우니 봄바람에 비단물결 잔잔하더라. 각박한 세상 떠나와 보니 덧없는 인생 위안이 되네, 이음의 숲은 끝이 없고 온조의 성곽은 아름답네, 일곱척 조그만 몸으로 경세를 어찌하겠나.”

시를 읽어내려가면 200년 전 정약용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생태공원 산책로에는 달이 비친다는 수원정이란 팔각정이 있다. 봄에는 조팝꽃, 벚꽃, 여름에는 초롱꽃, 금계, 가을이면 억세군락으로 겨울이면 외떡잎식물 수크령으로 장식돼 있어 사진작가에게도 인기 있는 촬영 명소다. 걷노라면 곳곳에 그네 의자가 있어 쉬엄쉬엄 쉬어가기에 좋다. 주말은 맞은 시민은 돗자리로 둥지를 만들고 누워 뒹구는 사람, 책 읽는 사람, 베드민턴을 즐기는 사람 등 평화롭게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정약용 선생의 책 소개. ⓒ천지일보 2020.7.2
[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다산생태공원 내부에는 정약용 선생의 책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천지일보 2020.7.2

정약용 선생의 책을 프레임 삼아 추억을 담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공원을 거닐면 정약용 선생이 지은 저서를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목민심서, 아언각비, 상의절요, 경서유포, 삼미자집 등 다소 어려워 보이는 듯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 물을 건널 수 있는 데크가 9군데 있다.

장식대 양쪽 난관에는 늦봄부터 가을까지 피는 꽃으로 장식되어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 꽃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인 생태공원은 주말이면 3000~4000명이 찾는다.

생태해설사가 있어 공원 내에 서식하고 있는 다양한 식물에 대한 정보제공과 한강을 사랑한 정약용 선생의 생애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다. 걷다 지치면 시원하게 쉴 수 있는 운치있는 카페도 있다.

다산 생태공원은 청둥오리, 쇠백로, 민물가마우지 등 멸종위기에 있는 흰꼬리수리까지 찾아드는 철새도래지이다. 생태공원이라 붕어, 꾸꾸리, 잉어, 피라미, 납자루, 모래무지 등 서식하고 있다. 생태공원 마지막 지점에 다다르면 곧 꽃망울을 터뜨릴 연꽃잎이 싱싱하게 얼굴도 내밀고 있다.

정약용유적지 ⓒ천지일보 2020.7.2
[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정약용유적지 입구에 서 있는 박철우 작가의 ‘꺼지지 않는 불’이란 조형물. ⓒ천지일보 2020.7.2

◆다산 정약용의 진한 향수가 서린 곳

정약용유적지는 한강을 따라 남양주시로 올라가 팔당댐을 지나 두물머리 도착 전 팔당호를 끼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정약용 선생의 500여권에 이르는 서책과 실학사상의 정신을 형상화 시킨 박철우 작가의 ‘꺼지지 않는 불’이란 조형물을 만난다. 다산 문화의 거리 입구에는 안내판과 천일각이라는 작은 정자가 서 있다. 다산 문화의 거리 오른쪽 대리석 바닥에는 선생이 저술한 책 이름들이 기록돼 있다.

관직생활, 유배생활을 제하고 이곳 남양주 마재마을 고향에서 살았던 그의 검소한 생활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39세 벼슬을 그만두고 내려와 여유당이란 현판을 걸고 살았던 옛집이 복원돼 있다. 선생의 업적과 자취가 전시된 기념관은 코로나19로 휴관중이라 아쉬웠다. 가까운 곳에 실학을 주제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실학박물관도 관람할 수 있다.

거중기. ⓒ천지일보 2020.7.2
[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정약용 유적지에 전시돼 있는 거중기. ⓒ천지일보 2020.7.2

유적지 담장 외부에는 선생의 업적을 새긴 거리가 조성돼 있고, 오른쪽에는 1997년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거중기도 전시돼 있다. 외삼문으로 들어가기 전 왼쪽에는 경기도 기념물 제7호인 선생의 묘가 생가의 뒤편 언덕 위에 있다. 다산기념관 왼쪽에는 선생을 상징하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물의 정원’ 꽃양귀비의 마지막 향연

생태공원을 떠나 자동차로 10여분 거리를 가면 ‘물의 정원’이 위치해 있다. 운길산역 건너편 북한강 변 들머리에 자리한 물의 정원은 아름다운 습지 공원이다. 자전거도로와 강변 산책길, 물향기 길, 물 마음길 등 산책로와 전망데크로 조성돼 있다. 2012년도 43만 6817m 규모로 조성돼 북한강 물이 흘러 호수같은 지형을 만들어 물의 정원이 탄생했다. 다양한 수생식물 서식지로 연꽃, 물억새, 부들, 능수버들 등을 관찰할 수 있다. 5~6월엔 열정을 다하는 꽃양귀비로 9월엔 황화 코스모스로 또 다른 물의 정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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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지난달 21일 라이더들이 꽃양귀비가 피어있는 물의 정원 옆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

2011년 팔당대교~충주댐 코스의 남한강 자전거길이 완성된데 이어 2012년에는 두물머리에서 춘천까지 북한강에도 자전거길이 개통됐다. 북한강 자전거길은 중앙선 운길산역 옆 ‘물의 정원’에서 시작이 된다.

강바람을 타고 씽씽 달리는 라이더의 모습으로 줄을 잇는 강변길의 자전거도로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물의 정원에서 500m 정도의 거리에 자리한 경의 중앙선 운길산역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이곳에서 출발해 자전거 여행도 즐길 수도 있다.

물의 정원 초입에 들어서니 넓게 펼쳐진 푸른 잔디 위를 누비며 게이트볼을 즐기는 어르신들의 주말 또한 역동적이다.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아직도 젊음을 과시하는 그린 필드의 사나이들이 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포즈를 취하며 엄지척을 한다. 물의 정원 강변 산책길에는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군데군데 포토존이 있다. 마음정원 나무목에 새겨진 시(詩) 한수는 오늘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한다.

물의 정원을 찾은 시민들은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추억의 ‘인증샷’을 남기기에 바쁘다. 꽃밭 강변의 그네 쉼터에 앉아 물에 비치는 반영을 보고 있노라면 물결이 만들어내는 곡선의 미학도 볼 수 있다. 강물 위에 유유히 노니는 가마우지까지 자연의 풍요로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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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지난달 21일 물의 정원 입구에 펼쳐진 푸른 잔디위에서 어르신들이 게이트볼을 즐기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

6월 하순 물의 정원엔 열정을 품던 꽃양귀비의 빨간 꽃잎도 서서히 씨를 맺고 있었다. 벌떼들은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이 오직 꽃을 찾아 웽웽거리며 꿀을 따고 있다. 강 옆으로 펼쳐져 들판을 메우고 있는 개망초의 하얀 색깔은 또 다른 물의 정원의 풍광으로 장식하고 있다. 한참을 걷노라니 어느 노부부의 사랑싸움이 눈에 띈다. “건너 봐” “무서워요” “뭐가 무서워, 손 잡아” 결국 남편은 아내의 손을 잡고 징금다리를 건넌다. 나무 그늘아래 돗자리까지 챙겨 피크닠을 즐기는 시민들, 강변 전망대에서 확 트인 북한강을 보노라면 여름은 저 멀리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다산생태공원 전경. ⓒ천지일보 2020.7.2
[천지일보 남양주=이성애 기자] 반영이 아름다운 물의 정원 전경. ⓒ천지일보 202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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