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장 천지일보 이상면 대표이사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신범철 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경제난·대북전단·북미회담 실패 등이 北의 강경 원인”

“대남노선 주도하는 김여정, 대장 계급 달았을 가능성”

“北, 문재인 정부 얕봐 잦은 도발… 8월 ICBM 쏠 수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연일 대남 강경 노선을 천명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이후 남북 연락채널을 차단한데 이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고 군을 접경 지역에 다시 배치하는 것으로 남북관계를 단절을 넘어 ‘대결’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서울 불바다설’을 다시 꺼내들고 철수했던 GP(경계초소)에 경계병을 투입하는 등 끝내 남북관계의 시계 바늘을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인데, 북한의 위협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청와대도 김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데 대해 “무례하다”며 강하게 성토하고, 관계부처 역시 군사합의 파기 예고와 관련해 강력 경고에 나섰다. 북한이 ‘안전판’ 역할을 했던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사실상 선언하고 남측도 맞대응을 하면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형국이다.

천지일보가 지난 18일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마련했는데, 관련 내용 중 핵심적인 부분을 간추려봤다. 대담 진행은 이상면 천지일보 대표가 맡았으며, 패널로는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과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 참석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천지일보가 지난 18일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천지일보 2020.6.1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천지일보가 지난 18일 천지TV 스튜디오에서 ‘위기의 한반도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천지일보 2020.6.19

◆북한, 연일 강경책 배경은

신범철 : 세 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한 것 같다. 2016년부터 경제가 악화됐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북중 교역이 차단됐다. 공식적으로 잡힌 북중교역 통계를 보면 90%가 줄었다. 경제난이 심각한 게 첫 번째 이유다. 이런 와중에 대북 전단이 북한의 평양 등 주요도시에 도달한 것 같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 주민의 원성을 우려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북한은 대남 강경책을 구사할 시점을 찾고 있었다. 북한은 지난해 북미회담 실패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등 작년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 4일 갑자기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하고 대남 총괄 업무를 맡게 됐다고 밝혔다. 그 이후 통일전선부, 총참모부 등을 통해 대외, 대남 강경 정책을 전개하고 있는 양상이다. 요약하면 북한 내부사정, 대북전단, 핵협상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책임 전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안찬일 : 북한에선 지난해 말과 올해 초로 보이는데 김정은 위원장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권력이 가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됐다. 김 제1부부장이 강철 리더십을 구사하면서 후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는 1983년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권력 이양하면서 아웅산 폭파 사건이 있었듯 같은 맥락에서 북한은 군사적 강경노선을 전략으로 채택하고 남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이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고 보는데, 좀 오버하는 것도 같다. 외교도 군사도 엉망진창이다. 누가 책임지고 감당하겠는가? 이번 특사 문제도 그렇다. 특사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즉 양 정상 간 대화가 오고가는 것인데, 이를 김 제1부부장이 나서서 거부한 것은 대통령 면전에 침을 뱉는 행위와 같은 외교 결례다. 비밀리에 접촉하는 특사를 오픈해 망신을 주는 행위는 문 대통령 임기 기간에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앞서 언급했지만 김정은 위원장 ‘건강이상설’이 또다시 솔솔 나오기도 하는데, 올해 초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을 때 김 제1부부장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설도 있다.

신범철 : 남매 간 역할 분담이라기보다는 아직 중요한 의사 결정은 김 위원장이 내릴 것이라고 본다. 김 제1부부장은 수족일 뿐이다. 김 위원장 나이대에 후계자를 만들기란 북한 체제에선 쉽지 않다. 군의 대장 칭호는 받아야 김 위원장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안찬일 : 대장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지난달 24일 노동당 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국가 보위상인 정경택에게는 대장 자리를 줬지만, 당연히 달아야 하는 인민보안상(사회안전상) 김정호가 대장을 달지 못했다. 대장 티오(TO)가 있는 보안상이 대장 자리를 못 가져갔다는 것은 누군가에는 갔다는 것이다. 공개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대장 계급을 달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왜냐면 총참모부장 박종천은 이미 군 차수(대장급)다. 김 제1부부장은 직책상으로 볼 때 총참모부장보다 한참 아래인데도 현재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지 않느냐.

(출처: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천지일보 2020.6.17
(출처: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천지일보 2020.6.17

◆北도발엔 文정부 책임도

신범철 :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면 우리 정부는 성명을 내든지 해서 강하게 지적해야 한다. 작년 5월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했을 때 그 궤적을 보면 미사일이 분명한데도 정부는 ‘불상 발사체’라고 축소 발표했다. 북한이 쏜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규정하지 못하는 환경을 현 정부가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또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해명을 받아내야 하는데, 오히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만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이런 행태는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앞으로 대북정책에선 북한과의 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안보도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안찬일 : 북한은 지난해 4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폐기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핵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신형 미사일 등을 발전시켰다. 북한이 비핵화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착각을 우리 정부가 했다. 이번만 봐도 그렇다. 북한이 대북전단을 이유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 철거, GP(경계초소)에 군부대 전개 등을 예고하고 있고 사실상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무의미해졌다. 북한과의 각종 합의 등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것은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다.

국민 세금으로 지은 연락사무소도 자기들 마음대로 폭파하고 있지 않느냐. 북한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도 북한 재산을 압류해 배상도 받아야 한다. 일례로 북한에 잡혔다가 풀려나 사망한 오토웜비어의 부모가 미국 내에 있는 북한 재산을 압류한 것처럼 우리도 세계 도처에 있는 북한 재산을 압류하는 조치를 취해 배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신범철 : 국제법적으로 책임이 발생한다. 사과나 배상, 그리고 원상복구 등이 있는데, 문재인 정권은 여전히 북한과 대화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 요구를 하지 않을 것 같다. 북한도 한다면 사과 정도로 무마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8일 오후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하고 있다. 2018.02.08. (사진=조선중앙TV 캡쳐) (출처: 뉴시스)
【서울=뉴시스】 8일 오후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하고 있다. 2018.02.08. (사진=조선중앙TV 캡쳐) (출처: 뉴시스)

◆“文정부, 北에 단호해야”

안찬일 :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에 어떻게 하면 잘해줄까 하고 있지만, 되려 북한은 선대 정부보다 못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맹물만 마셔도 속이 미식거린다’고 말할 정도다. 청와대와 정부가 강하고 결연하게 나가야 북한이 얕보지 않는다. 북한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북한은 문 정부를 얕보고 있는데 적어도 우리 군은 단호해야 한다. 미사일을 미사일로 말하지 못하고 미상의 발사체라고 하면 북한 냉면 요리사가 문 대통령에 대해 폄훼하는 표현을 해도 참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관계부처는 평화 의지를 갖되 북한을 끌땐 끄는 등 과거 같은 반복은 없어야 한다.

신범철 : 그렇게 해야 하는데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어제 문 대통령이 전직 통일부 장관과 원로학자를 불러 해법을 모색했지만, 문 정부를 대변하는 인물들만 불렀다. 이전 정부의 통일부 장관 등도 불러서 비판의 목소리도 들었어야 했다.

예전 새마을운동 당시에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자’라는 말이 있었다. 우리 군 당국은 대화하면서도 억지력을 구축하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 원점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도발하지 못한다.

국방부 등에서 일부 강경 대응 발언을 했지만, 문 정권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북한보다 미국을 지적하는 등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북미관계보다 하위로 보고 있다. 북미관계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향후 북한은 신형무기 고도화과정의 일환으로 8월이나 10월경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북한을 만나면 뭔가 된다고 착각하고 있다. 지난 세 번의 정상회담(남북·북미)이 있었지만,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한 것 밖에 없었다. 북한과의 대화는 실질적인 결과물이 있는 대화여야 한다. 그래야 속도가 늦어도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온다.

이상면 :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서 올라가보면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평화는 사람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게다가 1차 대전이 끝나고 세계 연맹이 생기고 2차 대전 후에 지금의 유엔이 생겼지만, 평화를 이유로 전쟁을 해야 한다는 역설을 말하고 있다. 결국 통일이나 평화는 정치나 총, 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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