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화염문(火焰紋)은 이글거리는 태양의 장엄함을 표현한 것이다. 중국기록인 후한서(後漢書)에는 ‘화염은 천지(天地)를 밝힌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 불가에서는 ‘화생(火生)’이라 하여 악마를 불살라 없앤다고 생각했다.

또 세상을 밝게 비추기 위해 부동명왕(不動明王)이 내뿜는 불이라고 했다. 부동명왕은 오대명왕(五大明王)의 하나로 대일여래(大日如來)가 악마를 항복시키기 위해 변한 분노의 형상이라는 것이다. 석가모니 형상을 제작하면서 배경 광배(光背)를 화염문으로 장식한 것은 이 때문이다.

불상 광배에 나타나는 화염문은 백제시대 유물이 장관이다. 충남 예산군 봉산면 화전리에 있는 사면석불(四面石佛), 전북 익산시 연동리 백제 석불의 광배 화염문은 대표적이다. 신라 석불광배의 화염문은 경주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과 ‘석조아미타여래입상’이 가장 뛰어나다.

고구려인들은 신라인들처럼 석조유물을 많이 만들지 않았다. 돌보다는 주로 흙으로 조형물을 조성했다. 중국 지안 국내성 일대에서 출토된 불교 유물 가운데는 토제가 많다. 불상이나 불감(佛龕), 향로까지도 흙으로 만들었다.

고구려 화염 용문와당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6.16
고구려 화염 용문와당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6.16

이들은 재미있게도 고분벽화나 와당에도 화염문을 장식했다. 여기 소개하는 용문와당의 화염문은 흡사 보발(寶髮)처럼 양 볼에 휘날리고 있어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 이마 위에는 1조 뿔 장식이 있으며 양 볼에는 화염문이 대칭을 이룬다. 눈은 부릅뜨고 있는데 1조의 선문으로 테두리를 만들어 입체감이 있다. 코는 들창코인데 다른 와당에 비해 큰 편이다.

입은 크게 벌리고 있으며 상하 하나씩 송곳니가 표현됐다. 가운데는 상하 4개씩의 치아가 있으며 아랫입술에는 양쪽으로 2개의 고리장식이 달려있다. 화염문은 세장(細長)하며 4개씩으로 균형 있게 자리 잡고 있다. 주연은 소문대로 넓은 편으로 심도가 깊다. 모래가 많지 않은 경질이며 색깔은 적색이다. 경 20㎝, 두께 3.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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