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코로나19사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공급망 붕괴라는 위기를 맞았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핵심 소·부·장의 국산화와 수급 다변화에 전력을 다해 박차를 가하자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생산 기반을 확충하거나 국내 기업과 협력하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는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소·부·장 수급 안정화와 공급망 강화를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는 1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세계 D램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전 세계 D램 공급을 좌우하는 초대형 제조사이다. 이들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를 납품하는 해외 소·부·장 기업 입장에선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 고객사다. 이들은 고객사 눈높이를 맞추어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사라져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중국은 내수 시장과 값싼 노동력이 강점이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보호와 환경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불투명한 코로나19 대응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 최대 고객사가 있고, 생산 측면에서도 예측 가능한 곳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우리나라가 ‘안전한 생산기지’로 주목받는 점도 기회가 되고 있다. 글로벌 화학 업계에 정통한 소재업체 고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화학업체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 이상 중국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대안으로 한국이 부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글로벌밸류체인(GVC)을 구축할 기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은 치열한 반도체 패권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공급망이 급변하면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반도체 산업을 자국 내에서 육성하려는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TSMC,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며 자국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 역시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 중이다. 일본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및 개발 거점을 자국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시없을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한국을 글로벌 반도체 허브로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최대 수출 상품이자 대표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 투자 유치 및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 지원과 규제 완화, 다각도 협력 체계 구축 등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고 소부장 투자 유치 성과를 거두기 위한 정부대책도 강화해야 한다.

해외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 화평법과 화관법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기업에 대한 규제도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꺾지 않도록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의 개방성과 탄력성도 높여야 한다. 우수한 해외 기업들과 협업해 선진 기술을 개발하고 선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동 연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해외 기업과의 공동 R&D를 확대하고, 미래 차세대 소재뿐만 아니라 현재 반도체 산업에서 적용 중인 소재의 대체 개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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