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사망 항의 운동연대’가 5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천지일보 2020.6.5
‘미국 흑인 사망 항의 운동연대’가 5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천지일보 2020.6.5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BLM; Black lives matter).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역만리 한국에서도 시작됐다.

‘미국흑인사망항의운동연대’는 5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정부는 흑인 사망 항의 운동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지윤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미국의 인종차별 항의 운동에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며 “인종차별과 불평등이 없는 사회를 위해 우리 함께 싸우고 전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단체인 ‘국가폭력에대항하는아시아공동행동’은 ‘조지 플로이드 살해사건 규탄 및 반차별 공동 행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반 인권적이고 차별적인 상황에 함께 저항하기 위해 한국의 각계각층 시민사회의 이름으로 자국 민중을 탄압하고 있는 미국 정부를 규탄한다”며 “또한 인종주의와 차별은 한국사회에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플로이드를 추모함과 동시에 한국 사회의 차별도 해소해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국적, 인종, 종교, 신분을 떠나 누구에게나 생명은 소중하다. 비록 이역만리에서 벌어진 사건이지만 순수하게 인권침해와 차별철폐를 위해 한국에서도 나서기 시작했다면 분명 환영할 일이다. 이번 사태를 반미운동의 빌미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기자는 이번 집회를 취재하면서 한편으로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이역만리 흑인의 죽음은 애도를 받았지만 정작 한국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도 애도 받지 못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교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숨진 신천지 여신도들이다. 2명의 여신도는 이혼한 남편과 부모로부터 개종을 강요당하다가 살해당했다. 2명의 여신도는 올해 코로나19 사태 때 극심한 가정폭력을 겪다 추락사했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을 애도한 이들은 신천지교인 외엔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에서 신천지를 옹호한다는 것은 ‘핍박’을 각오해야 하는 일처럼 보인다. 마치 초림 때 유대인들이 예수를 편들면 출회당할까 두려워 입을 다물었던 것처럼 말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특정종교에 대한 극심한 차별과 혐오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비극이다. 신천지에 입교한 신도들에게 입교 사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탁월한 말씀” 때문이라고 답한다. 신천지엔 특별한 은사나 이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천지 대표가 화려한 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성경대로 성경대로 가르치는 것’이 기성교인들이 신천지로 가는 이유다.

알려진 바로는 신천지교인이 대략 25~30만명이다. 우리나라 국민 100명 중 1~2명은 신천지교인이라는 얘기다. 그 가족까지 고려하면 내 주변에 신천지교인 1~2명은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나나 내 가족이 그 차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이역만리서 억울하게 숨진 흑인의 목숨도 분명 소중하다. 하지만 당신의 가족일지도 모르는 같은 대한국민의 목숨은 더 소중하지 않은가? ‘신천지인의 목숨도 소중하다(#SLM; Shincheonji lives matter)’는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는 시민이 하나둘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은 한국에선 아직 무리인 것일까?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