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눈을 부릅뜬 적룡(赤龍)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얼굴을 입에 물고 있다. 막 승천하기 위해 진귀한 여의주를 토해내려는 모습이다. 이 와당은 용을 하늘의 수호신으로 삼은 고구려인들의 해학 넘치는 이형의 유물이다.

와당의 색깔은 적색. 적룡(赤龍)은 전신 비늘이 새빨갛고, 태양이나 화산으로부터 태어났다고 한다. 시조 주몽의 아버지는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아닌가. 삼국유사에는 그가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고 했다.

용이 두 마리면 여의주를 서로 쟁취하려고 꿈틀댄다. 다섯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두고 쟁탈한다(五龍爭珠)’ 는 설화는 충남 천안시 왕자산에 내려온다. 술자들이 천안 형세를 가리켜 천하를 제패할 인물이 나온다고 붙인 것이다.

아이를 입에 문 고구려 와당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6.3
아이를 입에 문 고구려 와당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6.3

고려 왕건 태조는 왕자산성에서 후삼국을 통일하고 갈라진 민족을 통합시켰으며 고구려를 계승하기 위해 국호를 ‘고려’라고 했다. 천제의 아들임을 자처해 연호도 천수(天授)라고 지었다.

적룡이 입에 물고 있는 아이는 바로 여의주(如意珠)다. 바다 용왕으로부터 얻은 여의주는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소망의 보석이다. 우리 속설에 용이 승천하기 위해서는 여의주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다.

어린아이의 얼굴은 동그라며 눈이 크고 귀엽기만 하다. 흡사 어린 치우를 연상시켜 준다. 장차 고구려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귀중한 보배인 여의주로 삼은 것만 같다.

이 와당은 전형적인 고구려 용문 와당이다. 이마에는 오산형(五山形)의 장식이 있고 눈썹도 오산형이다. 눈은 크게 튀어나왔으며 코는 작은 편으로 들창코를 이루고 있다. 크게 벌린 입가의 날카로운 송곳니는 위, 아래 한 개씩 표현되어 있다.

외구에는 1조의 선조문대가 있다. 색깔은 적색이며 모래가 많이 섞여 있다. 경 19.5㎝, 두께 5㎝.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