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사회에 이슈화 된 것은 2008년 진용식 목사가 ‘개종을 목적으로 정백향씨를 정신병원에 감금한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으면서부터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으로 이단상담소장을 맡고 있었던 진 목사는 정씨의 종교를 포함해 기성교회에서 소위 ‘이단’으로 규정된 곳에 출석하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강제개종을 진행했고, 이후 강제개종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기 목사들이 직접 나서서 강제개종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그 수법이 달라졌다. 먼저 강제개종 목사들은 표적이 되는 신도의 가족에게 먼저 신도가 다니는 교단에 대한 비방으로 공포감과 불안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들은 사랑하는 자녀나 아내, 부모가 이단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납치‧감금‧폭력 등 불법 행위로 점철된 개종 프로그램은 가족을 살리기 위한 ‘지푸라기’가 된다. 이같은 이간질에 21세기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대한민국에서 강제개종은 아직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본지는 강제개종으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고 억압을 받으면서도 하소연 할 곳조차 없는 피해자들의 눈물 섞인 호소를 연재하고자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생명의 위협 느끼게 한 감금‧협박
3차례 시도 끝에 56일만에 탈출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장씨가 개종이 되지 않자 가족들은 외딴 곳에서 살고 있는 친척을 동원했다. 그 친척은 개종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을시 철장으로 된 닭장에 가두겠다며 가족에게 해당 사진을 찍어오게 하고 보여주며 협박했다. 한겨울 추위인데도 반팔과 여름바지로 이불도 없이 밤을 지새우게 만들기도 했다는 주장이다. 건강 악화 호소에도 병원은커녕 진통제로 버티게했다. 개종 목사는 이러한 피해자의 상황을 보고도 당연하다는 듯 개종 프로그램을 이어갔다는 게 충격적이다. 다음은 상편에 이은 장씨의 호소문 하편이다.

◆전남 장흥 숙부 집에 감금

ⓒ천지일보 2020.5.28
ⓒ천지일보 2020.5.28

당시 저는 한겨울에 잠옷 그대로 반팔과 여름바지를 입고 맨발로 숙부가 살고 있는 건물까지 걸어 올라갔습니다. 도착하니 큰오빠는 집 안의 모든 창문을 드라이버로 못을 박아 고정시켰고 방문 또한 열쇠로만 열 수 있게 바꿨습니다. 이후 숙부는 “얘 2달이면 될 것 같다. 나한테 맡겨라. 내가 두 달 동안 얘 정신을 개조시키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숙부는 제게 “너 도망 시도를 한 번이라도 하면 광산 뒤쪽에 있는 철장으로 된 닭장에 너를 가둬 놓고 밥만 가져다 줄 거다. 내가 교도소도 갔다 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너 한 명 손대도 난 잃을 것이 없다”며 “너 내 말 잘 듣고 2달 동안 있을 것이냐? 안 있을 것이냐?”라며 끊임없는 협박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큰오빠는 “광주에서는 너 교육시키기 싫다고 한다”며 “너가 직접 목사님께 전화해서 교육 받겠다고 말씀드려라”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개종된 척하고 광주로 이동하면 그때 도망칠 기회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밤, 추운 겨울이지만 저에게는 이불을 주지 않아 반팔과 여름 바지 차림으로 벌벌 떨면서 날을 새야 했습니다.

다음날 숙부는 막내를 시켜 닭장 사진을 찍어오게 하였고 저는 그 사진을 보니 정말 너무 겁이 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장흥에서는 방 안에 갇혀 지냈고, 밤에는 실내용 텐트 안에서 박씨와 함께 잠을 자야 하는 상황으로 여자로서 수치심과 부담감과 무서움을 느끼며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또, 숙부는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제게 “너 병신이냐. 너가 똑바로 살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느냐”라며 윽박질렀습니다.

◆ 건강 안 좋아지니 “심장 안 좋아 죽을 각오로 두 달 교육도”

장흥에서 다시 한번 개종교육이 시작되었고, 저는 얼른 교육이 끝나야 광주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개종된 척 이해되는 척 했습니다. 이틀 후 박씨는 이단상담 동의서 서류를 작성하게 했습니다. 그 서류에는 ‘현재 감금, 납치 되어있는 상황이 아니고 자유롭게 교육을 받는 상황이다.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상담을 중단할 수 있다’라고 써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는 감금‧납치 돼 있는 상황이었고 원치 않아도 상담을 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개종목사에게 지금 감금되어 있는 것이 너무 힘들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될 것 같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개종목사는 “00자매가 이렇게 감금된 상황에 있는 것은 00교회에 갔기 때문”이라며 “자유롭게 살았으면 이제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하고 조금 힘들어도 참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건강 안 좋은 거 이해한다. 하지만 심장이 안 좋은 친구도 죽을 각오를 하고 교육을 무려 두 달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내가 아는 친구는 ‘궁금한 이야기Y’에 부모가 이 친구를 둘러업고 엘리베이터 타는 모습이 CCTV에 찍혀서 SBS기자들이랑 교회 사람들에게 쫓겨서 넉 달 동안 교육장소를 옮겨 다니며 교육을 했었다”라며 제게 편한 줄 알라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개종목사는 강제로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강제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큰오빠는 이들에 한 번씩 전화해 제가 교육을 받고 틀림을 인정하고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 극심한 어지럼증에도 진통제만

저는 감금된 상황에서 풀려나기 전 2주간 극심한 어지럼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2월 16일 저녁 11시쯤 속이 매스껍고 토할 것 같은 증상과 어지럼증이 심해 숙부에게 응급실로 가줄 것을 요청했으나 “너가 아무리 아파도 내 임의 대로 너를 병원에 데려다 줄 수 없다.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큰오빠는 허락하지 않았고 제게 진통제를 주며 버티라고 했습니다.

교육의 끝 무렵에 임모씨와 강모씨는 제가 개종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장흥에 각각 한 번씩 왔고 2월 22일을 마지막으로 장흥에서의 강제개종교육은 마무리가 됐습니다.

강씨는 구원론 1강을 했는데 역시나 제 교회는 무조건 잘못됐고, 그냥 예수님 믿기만 하면 구원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3차 탈출 시도 끝에 겨우 탈출 성공

장흥에서 광주로 돌아와 엄마와 함께 목욕탕과 미용실을 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섣불리 도망치다가 붙잡히게 되면 지금까지 연기한 것이 물거품이 될 거라

생각하며 도망갈 시도를 하지 않고 원룸에 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원룸에 도착한 날부터 도망갈 기회를 잡기 위해서 모두 잠들었을 때 숙부 핸드폰의 페이스북을 이용해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간신히 몰래 빠져 나왔으나 원룸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며 어느 차를 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숙부가 맨발로 뒤쫓아 왔고 바람 쐬러 나왔다고 둘러댔습니다. 이상하게 여긴 숙부는 엄마에게 데려다 준다며 엄마집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이동 중에 엄마에게 연락하면서 지인에게 상황을 계속 전달했습니다. 이내 숙부는 교회 사람들이 뒤따라오고 있음을 눈치채고 박모씨(개종목사)의 지시대로 경찰서로 이동했습니다.

숙부가 경찰서에 들어갔을 때 도망갈까 고민도 했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엄마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다시 원룸으로 돌아왔고 숙부는 원룸 밖으로 나가 주변 상황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경찰이 온 것을 확인했고 저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원룸에서 나와 ‘살려주세요!’라고 크게 소리치며 경찰에게 울면서 “감금당했다 가족과 떨어지고 싶다”라며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관과 함께 지구대로 이동했습니다.

도착 후 경찰관에게 지금까지 감금됐었던 사실들을 이야기했고, 가족과 분리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드디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던 강제개종교육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강제개종교육으로 직장은 무단결근으로 해고됐고, 사회에서 신뢰를 받지 못해 취직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또 납치와 감금으로 후유증이 있어 일상생활이 힘든 상태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납치하고 감금하는 것이 정상인 걸까요? 부모에게 이런 생각을 심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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