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개종’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사회에 이슈화 된 것은 2008년 진용식 목사가 ‘개종을 목적으로 정백향씨를 정신병원에 감금한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철퇴를 맞으면서부터다. 당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으로 이단상담소장을 맡고 있었던 진 목사는 정씨의 종교를 포함해 기성교회에서 소위 ‘이단’으로 규정된 곳에 출석하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강제개종을 진행했고, 이후 강제개종 사례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기 목사들이 직접 나서서 강제개종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그 수법이 달라졌다. 먼저 강제개종 목사들은 표적이 되는 신도의 가족에게 먼저 신도가 다니는 교단에 대한 비방으로 공포감과 불안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들은 사랑하는 자녀나 아내, 부모가 이단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납치‧감금‧폭력 등 불법 행위로 점철된 개종 프로그램은 가족을 살리기 위한 ‘지푸라기’가 된다. 이같은 이간질에 21세기 종교의 자유가 인정되는 대한민국에서 강제개종은 아직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본지는 강제개종으로 인해 인권이 침해되고 억압을 받으면서도 하소연 할 곳조차 없는 피해자들의 눈물 섞인 호소를 연재하고자 한다.

 

강제개종 피해자 김성희(가명)씨가 자신이 가족에게 감금됐던 장소라고 알려준 경기도 모처의 판넬집이다. 김씨는 주변이 모두 산이라 탈출조차 불가능했던 이곳에서 세뇌식 교육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5.19
강제개종 피해자 김성희(가명)씨가 자신이 가족에게 감금됐던 장소라고 알려준 경기도 모처의 판넬집이다. 김씨는 주변이 모두 산이라 탈출조차 불가능했던 이곳에서 세뇌식 교육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5.19

수차례 탈출 시도… 번번이 실패

산속 헤매다가 부친에게 붙잡혀

판넬집 작은 방에 가두고 세뇌

개종 된 척 연기해 겨우 빠져나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인적 드문 산속의 판넬집에 갇힌 채 듣고 싶지 않은 것을 강제로 읽고 듣게하고 이에 대한 느낀 점을 예정된 답대로 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세뇌식으로 진행되는 강제개종 프로그램이다. 이 강제개종은 십수년째 성행하고 있다. 김성희(가명, 29, 여)씨는 가족에 의해 수면제 같은 약물, 납치, 감금을 당한 강제개종의 피해자다. 그는 믿었던 가족에게 배신당해 외딴 산속 판넬집에 갇혀 있다가 개종된 척 연기해 겨우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음은 김씨의 호소문 전문이다.

저는 강제개종 당시 24살 학생으로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내며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016년 6월 19일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와 같이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고, 저희 부모님은 제가 좋아하는 과일을 깎아 주셨습니다. 과일을 맛있게 먹고 난 후 갑자기 정신이 몽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몽롱함에 너무나 당황했고,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차릴 수 없을 정도의 몽롱함이었습니다.

그렇게 몽롱하게 눈만 깜빡이고 있을 때, 학교에 다녀온 남동생과 아버지가 저에게 다가오더니 제 두 팔을 잡고 등 뒤로 제압했습니다.

핸드폰은 이미 빼앗겨 있었고, 아버지는 남동생과 합세하여 저를 낯선 차에 강제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 차는 아버지가 강제개종을 위해 1월부터 미리 준비해두셨던 중고차였고, 그 차에 실려 강제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부모님이 저를 강압적으로 대하신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저를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했습니다. 아무 말씀 없이 가만히 정면만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시는 아버지와 남동생 그리고 어머니를 보며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 노력했지만 불안함과 공포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강제개종 피해자 김성희(가명)씨가 자신이 가족에게 감금됐던 장소라고 알려준 경기도 모처의 판넬집이다. 김씨는 주변이 모두 산이라 탈출조차 불가능했던 이곳에서 세뇌식 교육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5.19
강제개종 피해자 김성희(가명)씨가 자신이 가족에게 감금됐던 장소라고 알려준 경기도 모처의 판넬집이다. 김씨는 주변이 모두 산이라 탈출조차 불가능했던 이곳에서 세뇌식 교육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5.19

이동하던 중 컴컴한 골목에서 새로운 차량으로 바꿔 타고 경기도 어느 허름한 판넬집에 도착했고, 그렇게 판넬집에서의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도착한 이후 부모님은 제가 다니는 종교에 대한 비방을 마구 퍼부으셨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언어폭력을 하셨습니다. 그곳은 모든 창문이 창살로 막혀있었으며,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곧 쓰러질 것만 같은 장소에서 저는 더 이상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인적이 드문 산속 깊은 곳이었기에 얼마 못 가고 산 중턱에서 아버지에게 잡혔습니다.

끊임없이 탈출하고자 노력했지만 주변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금방 잡혔습니다.

제가 계속 탈출시도를 하자, 부모님은 그곳에서 가장 작은 방에 가둬두고 끊임없이 비방 영상과 자료들을 보여주며 읽고 느낀 점을 말하도록 강요하셨습니다.

부모님은 이것이 너를 돌이키기 위한 교육이고 치료라며 꼭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좁은 공간에 감금시켜놓고 강제로 읽게 하고 느낀 점을 쓰게 하는 것이 교육인가요?

게다가 부모님은 저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납치, 감금한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이 너무 소름 끼쳤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인권을 무시하고 이렇게 행동하게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저는 결국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강제개종교육을 받았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말하며 행동했습니다.

부모님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저를 보시더니 구리이단상담소의 신모 간사를 데리고 왔습니다. 구리이단상담소의 신모 간사가 부모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시한 이 모든 일의 장본인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끊임없는 감시와 의심 등의 인권 유린 속에서 괴로워하던 저는 결국 독립을 선택했습니다.

독립은 했지만 부모님과 매일 연락하며 다시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정말 물어보고 싶습니다. 가정을 파탄내고 가족 간의 신뢰를 깨트린 것이 제가 한 일인가요? 부모님인가요?

아니면 부모가 자녀의 인권을 무시하게 만든 강제개종목사인가요?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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