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헌법 제37조 제2항은 헌법질서 아래에서 절대적 기본권은 없다고 말한다. 이 조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한다. 법률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만드는 규범이다. 국민의 기본권은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다고 한 것은 국가권력이 자의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그리고 공공복리라는 요건을 충족해야만 가능하다.

헌법은 필요한 경우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절대적 기본권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헌법은 헌법이란 규범의 영역에서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기본권은 없다고 말한다. 헌법은 무제한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으며, 권리를 절대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헌법은 이상과 현실 속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규범이다. 생명이 아무리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고 해도 헌법현실에서는 상대화돼 생명권이란 권리로 변한다.

헌법이 절대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 기본권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게 하는 절대적인 영역까지 부인하지는 않는다. 기본권의 존재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은 침해돼서는 안 된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기본권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헌법 제23조 제1항은 재산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재산권은 사유재산권을 의미하며 헌법의 재산권 보장은 사유재산제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사유재산제도가 부정되면 개인의 재산권 보장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여기서 재산권의 전제가 되는 사유재산제도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헌법은 제37조 제2항 후문에서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해,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런데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는 원칙이기 때문에 개별 사안에서 더 큰 공익적 이유가 있다면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물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 자체가 가장 큰 공익이라고 한다면, 원칙에 대한 예외는 무의미하다.

그럼,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하는 문제가 있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야 본질적 내용을 침해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관해서는 학설이 있는데, 학설 자체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서 자세히 언급하지 않고 상대설과 절대설이 있는 것, 그리고 전자는 본질적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각 개별적인 경우에 구체적 상황과 관련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고, 후자는 각 자유권마다 확정된 기본권의 핵이 존재하고 이를 기본권의 본질로 보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각 기본권마다 본질적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는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는 기본권이 주관적 권리로 개인에 전속돼 있을 때 가능하지만, 기본권의 객관적 가치질서의 성격에서 보면 해결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는 기본권이 누구에게나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보호돼야 한다는 점에서 객관적 가치규범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기본권의 존재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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