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0.4.26
ⓒ천지일보 2020.4.26

전화통화 음성녹취 본지 단독입수

 

‘개종목사-부모’ 탈퇴자 징검다리

개종목사, 소개만 하고 뒤로 빠져

바톤 받은 탈퇴자 “딸이 신천지에”

“이단상담소서 알려주는 대로 하라”

기성교회 열성 신자인 부모 ‘타깃’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강제개종 프로그램은 주로 한국교회 목회자가 타 교단 탈퇴자들과 함께 모의해 ‘이단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강제개종에 반발하는 대상자를 억지로 개종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 위해 수면제를 먹이고 납치‧감금 등이 이뤄지는 것으로 증언돼 사회적 논란거리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 행위가 가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가족‧종교 문제로 치부돼 처벌되기는커녕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가족들은 어떻게 이러한 강제개종 과정에 동참하는 걸까.

◆ “댁의 따님이 신천지에 빠져서… ”

천지일보는 구리이단상담소가 개종 프로그램으로 개종된 청년을 통해 신천지교회에 출석하는 새신자의 가족에게 접근하는 정황이 담긴 전화통화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음성 녹취 속에 담긴 통화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것으로 제보된 이 통화에는 구리이단상담소장 신현욱 목사와 신천지교회에서 5년 동안 있었다고 밝힌 탈퇴자 청년 A씨, 어머니 B씨가 등장했다. B씨의 딸 C씨는 신천지에 입교한 지 얼마 안 되는 새신자였다.

녹취에 따르면 통화의 타깃이 된 B씨는 영문도 모른 채 신현욱 목사에게 전화를 받았다.

신 목사는 전화를 건 다음 자신을 소개만 할 뿐 이후 통화는 탈퇴자인 A씨에게 넘겼다. 모든 설명은 A씨가 도맡아 부모에게 딸의 상황을 설명했고, 부모가 이단상담소로 전화하게 해서 개종 프로그램이 이뤄지게 하는 정황이었다.

구체적으로 통화 내용을 살펴보면 신 목사는 자신이 부모에게 곧바로 상담을 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바통을 탈퇴자인 A씨에게 넘겼다. 자신은 뒤로 빠졌다.

신 목사는 자신을 구리이단상담소 소장이라고 소개하고 “제가 신천지에 빠진 친구들을 빼내는 일을 하다보니까, 돌아온 친구들이 제보를 하는 거예요”라며 “그중에 따님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보한, 먼저 회심해서 돌아온 우리 따님을 제보한 친구를 바꿔줄 테니까 통화를 직접 해보세요”라고 통화에서 발을 뺐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신천지 상대 1인 시위를 진행한 부모와 강제개종 관계자에 대한 고발 영상. 실제 강제개종 목자의 말만 믿고 자녀를 강제개종 프로그램에 데려가고, 개종이 되지 않자 1인 시위까지 나섰던 부모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출처: 유튜브 해당 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 2020.4.17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신천지 상대 1인 시위를 진행한 부모와 강제개종 관계자에 대한 고발 영상. 실제 강제개종 목자의 말만 믿고 자녀를 강제개종 프로그램에 데려가고, 개종이 되지 않자 1인 시위까지 나섰던 부모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고 있다. (출처: 유튜브 해당 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 2020.4.17

◆ 통화의 목적, 이단상담소 ‘강제개종’

전화기를 넘겨받은 A씨가 어머니에게 요구한 핵심은 딸을 신천지에서 빼내기 위해 신 목사가 소장으로 있는 구리이단상담소로 상담 신청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미 개종 프로그램을 거쳐 개종이 된 A씨는 자신처럼 다른 신천지 신도를 개종시키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신도의 부모에게 연락을 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연락처는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A씨는 통화에서 B씨가 출석하는 교회를 통해 연락처를 알아냈다고 밝혔다. B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교회는 그간 신천지에 대한 비방 강의가 진행이 됐던 곳으로, 어머니 B씨는 이 강의를 듣고 이미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A씨는 자신이 신천지에서 5년 동안 새 신자를 담당하는 높은 직책을 갖고 있었다고 자랑하며 B씨의 딸인 C씨가 신천지에 지난해 9월 입교했다고 말했다. 당황하며 놀라는 B씨에게 A씨는 자신이 딸 C씨를 잘 알지는 못한다고 하면서도, 딸의 친구 이름과 그들의 동향을 줄줄이 언급하는 등 어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한 치밀함을 보였다. 또 딸이 신천지교회에 나가기 위해 어머니를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딸 C씨는 어머니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신천지에 입교한 사실을 말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자신이 과거 신천지교회에 출석하기 위해 5년 동안이나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는 점을 내세워 B씨의 딸도 어머니를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 소장 옆에 있는데… 왜 홈페이지서 상담신청?

어머니 B씨는 딸의 친구 이름과 출석 중인 교회 이름까지 말하며 설명하는 A씨의 주장을 듣고 그대로 믿는 것으로 보였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아이고, 내가 어지러워가지고…” “충격을 받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A씨는 “어머니, (딸에게) 절대 티를 내시면 안 된다. 부모님이 제가 신천지에 다니는 것을 알았다 하면 바로 가출했을 거거든요”라며 딸이 가출할 것이라고 공포심을 조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어머니에게 “상담소에서, 오시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줄 거다. 거기에 따라 차근차근 준비해주시면 (딸은) 금방 (신천지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상담소를 소개했다.

이미 정신적인 타격이 컸던 B씨는 자신이 처음에 통화한 신 목사가 구리이단상담소 소장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A씨는 옆에 있는 구리이단상담소장인 신 목사를 바꿔서 직접 상담 안내를 받게 하면 될 텐데도, 굳이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 예약을 잡으라고 B씨를 안내했다.

전화로 상담을 받으면 안 되느냐고 묻는 물음에는 “애들이 몰래 (부모님) 휴대폰 검사하고, (A씨의) 번호를 차단하고, 상담소하고 연락한다”고 경계하며 상담소로 방문할 것을 유도했다. A씨는 “(상담소는) 구리 쪽에 있고, 홈페이지 통해서 상담 예약 잡으시면은 거기서 어떻게 하면 될지 조언을 다 해주실 거예요”라며 “제가 이 핸드폰으로 상담 예약번호를 보내드릴 테니까, 어머니가 상담소랑 직접 전화해보실래요”라고 다시 한 번 유도 안내를 했다. 또 A씨는 B씨에게 남편과 함께 올 것도 제안했다. 보통 개종 프로그램에는 가족‧친지가 동원된다. A씨는 통화 말미에 “(구리이단상담소가) 신천지 상담소 중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강조했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가 지난 5일 유튜브를 통해 폭로한 구리이단상담소 신현욱 목사(구리초대교회)의 비리 고발 내용. 화면은 신현욱 목사의 실제 육성 녹취. (출처: 유튜브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 2020.4.8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가 지난 5일 유튜브를 통해 폭로한 구리이단상담소 신현욱 목사(구리초대교회)의 비리 고발 내용. 화면은 신현욱 목사의 실제 육성 녹취. (출처: 유튜브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 2020.4.8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가 지난 5일 유튜브를 통해 폭로한 구리이단상담소 신현욱 목사(구리초대교회)의 비리 고발 내용. 화면은 신현욱 목사의 실제 육성 녹취. (출처: 유튜브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 2020.4.8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가 지난 5일 유튜브를 통해 폭로한 구리이단상담소 신현욱 목사(구리초대교회)의 비리 고발 내용. 화면은 신현욱 목사의 실제 육성 녹취. (출처: 유튜브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천지일보 2020.4.8

◆ 피해 청년 “치졸한 수법… 가정파탄 시간문제”

이 통화와 관련해 본지는 B씨의 딸 C(24, 서울시 노원구)씨와 연락이 닿았다. C씨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뒤에서 전화로 우리 부모님께 그런 일을 하다니 치졸하다고 생각한다”며 “‘부모님은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당하지’ 하다가도 그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단 상담의 방법이 악랄한 것 같다”며 “이걸로 인해 인생 망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런 말로 계속 몰아간다면 한 가정 파탄 내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가정 흔들어 자기 이익만 챙기는 이단 상담이 참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는 이같이 탈퇴자를 이용한 개종 프로그램 유도 방식에 대해 “마치 다단계식의 영업 방법”이라며 “탈퇴자들에게 신천지 성도의 명단‧번호 각출시켜서 다른 사람 개종에 정보책으로 가담하게 하고, 그래야 개종됐다고 인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피연은 “상담소 측에서 보이스피싱처럼 부모를 대상으로 온갖 비방으로 두려움을 심어 ‘직접 활동자’로 범죄에 가담하게 한다”며 “부모님의 이성을 마비시키므로 자녀와의 대화가 불가능해지고 개종 목사만 의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초기 과정으로 부모님들이 신천지를 오해할 수밖에 없고, 불법 강제개종이라는 이해 안 되는 행동도 하게 된다”며 “마치 보이스피싱에서 ‘자녀를 납치했으니 경찰에 알리지 말고 돈 가지고 나오라’는 말에 응하는 것과 같다”고 빗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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