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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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금손’에게 고기반찬 줘
세조, 고양이 덕에 목숨 구해
품종따라 털 길이, 색 다양해
국내 털 짧은 `코숏' 가장 많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귀여움에 민첩함을 겸비했다고 할까. 고양이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냥집사(고양이를 살뜰히 돌보는 사람)’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고양이가 처음 사람과 공존한 것은 약 5천 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로 추정된다. 이집트 벽화에는 고양이가 자주 등장했다. 타이와 베트남에서는 토끼 대신 고양이가 십이지에 속한다.

◆조선 1등 집사는 누구?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는 고양이가 자주 등장했다. 그 중 소문난 애묘인은 조선 제19대 임금인 숙종이었다. 그에게는 황금빛 고양이인 ‘금손’이 있었다. 늘 곁에 두고 쓰다듬으면서 아꼈고 밥상 옆에 앉혀 놓고 고기반찬을 먹이기도 했다. 그의 금손 사랑으로 후궁들의 질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숙종의 사랑이 그리웠던 걸까. 1720년 숙종이 세상을 떠나자 금손은 식음을 전폐했다. 그리고 며칠 만에 숙종 곁으로 갔다. 이를 불쌍히 여긴 사람들은 금손을 명릉 곁 길가에 묻었다고 한다.

세조 7대왕 세조도 고양이와 얽힌 이야기가 있다. 평소 세조는 온몸에 생긴 종기로 고생했다. 그러다 상원사에서 문수보살을 만나서 치료받았고 이듬해 다시 상원사를 찾았다. 그는 법당에 들어가 예불을 드리려고 했다. 그때 갑자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세조의 곤룡포 자락을 입에 물고 휙휙 잡아당겼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세조. 그는 군사를 풀어 법당 안을 살폈고, 불상 아래 탁자 밑에 숨어있던 자객이 발각됐다. 이를 감사히 여긴 세조는 상원사에 밭을 하사하고 고양이 동상도 만들어 매년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왕명으로 고양이를 죽이는 것을 금지했다.

문학 속에도 고양이가 등장한다. 조선 초기 학자인 서거정(1420~1488)의 ‘오원자부(烏圓子賦: 고양이 노래)’가 대표적이다. 또 성현(1439~1504)은 키우던 고양이가 개에게 물려 죽자 추모하는 마음으로 ‘흰 고양이를 묻어준 글’을 지었다.

◆애교 장착은 필수

고양이는 품종에 따라 성질이나 털 길이, 색깔 같은 신체적 특징이 다양하다. 우리나라에는 ‘코리안 숏헤어(코숏)’가 가장 많다. 털이 짧은 길고양이는 고동색 줄무늬를 가졌거나 갈색(혹은 검은색), 노랑, 하양 등의 색으로 이뤄진 삼색을 갖는 등 털의 색은 다양하다. 골목을 오가다 보면 길고양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메리칸 숏헤어’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미국에서 인기 있는 품종이다. 1620년대 청교도들이 영국에서 북아메리카 대륙으로 배를 타고 건너왔는데 이때 배의 쥐를 잡는 용도로 태운 고양이가 기원에 속한다. ‘페르시안 고양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가장 많다. 품위 있고 차분한 성격이어서 ‘고양이의 귀부인’이라는 별명이 있다.

‘시암고양이(샴고양이)’는 타이 왕실에서 길러졌다. 1878년 시암왕국에 주재하던 영국 영사는 순수혈통으로 명예의 상징이 된 시암고양이 한 쌍을 선물 받게 된다. 영국 여왕은 이 고양이의 아름다운 사파이어색의 눈에 매료되는데, 직위도 내려놓은 듯 온종일 시암고양이와 놀았다. 잠시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질투하고 화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여왕을 하녀로 만들어 버렸다고 하여 사람들은 시암고양이를 ‘고양이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스코티쉬 폴드’는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고양이다. 귀가 접혀있는 외형적 특징으로 이 이름이 붙여졌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상냥한 성격을 갖고 있다. ‘코랫’은 태국이 원산지로 태국의 고서에도 나오는 역사가 긴 품종이다. 이 고양이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뜻의 ‘시사왓드(Si-Sawat)’이라고도 부른다. 이 밖에도 ‘하바나 브라운’ ‘아비시니안’ 등 품종이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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