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가장 품격 있는 계절의 여왕, 목련(木蓮)처럼 인생을 닮은 꽃도 드물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뜰에서 수줍게 피어나는 하얀 목련. 눈부신 자태는 꽃 중 제일인 듯싶다.

그러나 목련은 생이 짧다. 며칠이 지나면 늙고 병든 것처럼 참혹한 자태가 되며 봄비라도 한 번 내리면 낙화의 운명이 된다. 길거리에 내팽개쳐진 목련 꽃잎의 잔해는 추한 모습이다. 늙고 병들어 시들어 가고 있는 인간의 모습과 같다.

시인 문사들이 목련부(木蓮賦)를 다투어 지었는데 조지훈의 고사(古寺)가 제일 운치가 있다.

목련꽃 향기로운 그늘 아래/ 물로 씻은 듯이 조약돌 빛나고/ 흰 옷깃 매무새의 구층탑 위로 / 파르라니 돌아가는 신라천년의 꽃구름이여… (하략).

서천 출신 서정 시인 나태주는 목련의 최후를 슬프게 노래하고 있다.

(전략)…너 내게서 떠나는 날 / 꽃이 피는 날이었으면 좋겠네.../ 그렇다 해도 정말 마음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 새 하얀 목련꽃 흐득흐득 /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앉겠지….

필자는 한국 화가들이 즐겨 그리는 그림 가운데 목련화를 좋아한다. 화선지에 농담으로 파적(破寂)한 멋진 목련 그림을 즐겨 모은 적도 있다. 순결, 의리와 사랑이란 꽃말을 지니고 있는 목련의 모습은 화선지에 옮겨 놓았을 때 생명력이 길다.

그런데 왜 목련(木蓮)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일까. 하얗게 피는 꽃이 마치 ‘나무에서 피는 연(蓮)’ 같다고 해서 이같이 명명된 것인가.

목련은 별칭도 많다. 옥같이 깨끗하다고 옥수(玉樹), 꽃망울이 붓을 닮았다고 해서 ‘목필(木筆)’이라 부르기도 한다. 봄을 연다고 하여 ‘영춘화(迎春花)’라고 명명한 이들도 있다. 그러나 자목련(紫木蓮)은 봄 끝판에 등장해 ‘망춘화(亡春花)’란 이름을 얻었다.

불가에 목련경(木蓮經)이라는 경전이 있다. 불제자 ‘목련’이 그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오미백과를 부처 앞에 공양했다는 내용이다. 이 경 고사에 따라 중양절에는 우란분회(盂蘭盆會)를 열고 고혼에 대한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다고 한다. 그래서 우란분경(盂蘭盆經)이라고 불린다. 중국 고 기록을 보면 모두 ‘목련경(目連經)’으로 나오는데 한국에서만 꽃 이름을 따 쓰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했던 선거도 끝이 났다. 여당의 대 승리로 끝이 났지만 그동안 국정 실정을 바라보는 반대 편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게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선거결과에는 모두 승복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기본이 아닌가. 여야 모두 적대의식을 버리고 승자는 패자에게 위로를, 패자는 승자를 축하해야 한다.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40%가 넘는 반대 국민들의 소리도 경청하며 그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벌써부터 보안법을 철폐해야 한다는 등 성급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승리에 도취해 본령을 잃으면 언제고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정당이 매번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패배도 있고 고난의 길도 가야한다. 이번 선거에 패배했다고 패닉상태에 빠져 야당다운 야당이 되지 못하면 다시 일어날 기회는 사라지는 것이다.

처참한 몰골의 목련은 내년 봄에 다시 활짝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세상사 윤회의 섭리가 올 봄 목련의 운명처럼 와닿는 때도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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