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우리나라 헌법에는 다른 국가 헌법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조항이 1948년 건국헌법에서부터 규정돼 있었다. 건국헌법 제28조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써 경시되지는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비록 헌법에 명문의 규정을 갖고 있지 않는 권리라고 해도 헌법이 보호해야 할만큼 가치가 있는 권리는 기본권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헌법규정은 1962년 제5차 개정헌법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에서 ‘모든’이란 용어만 빠진 채 제32조 제1항에 규정됐다. 그 후 이 규정은 현행 헌법 제37조 제1항에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헌법은 건국헌법부터 지금까지 비록 헌법에 명문규정을 가지고 있는 권리는 아니지만, 헌법적 가치를 갖는 기본권이라면 기본권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기본권이라는 의미는 우리나라 헌법상 기본권들은 대표적인 기본권을 명문화한 것일뿐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기본권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알 권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헌법에 열거되지 않은 기본권으로서 인정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해 여러 헌법 규정들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기본권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헌법상의 권리를 기본권이라고 하여 헌법에 의해 보장하고 있다. 기본권은 권리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권리라는 의미를 갖는데, 헌법은 국가의 최고규범이고 국가실정법에서 최고 정점에 있는 법이기 때문에 헌법에 규정돼 있거나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는 기본적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헌법상의 권리를 기본권이라 부르는 것은 184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헌법에서 유래한다.

독일에서 유래하는 기본권이란 명칭은 20세기 이후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특히 독일로부터 법체를 계수받거나 영향을 받은 국가들은 헌법상의 권리를 기본권이라고 해 법률상의 권리와 구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권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인권이라 하고 있다. 18세기 이후 시민계급이 등장하면서 인권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인권이란 표현이 널리 쓰이게 됐다.

근대국가가 형성되고 국가의 법체계가 구축되기 전에 인간의 권리는 신분계급를 타파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많은 국가가 등장하고 국민주권원리가 헌법에 기본원리로 자리를 잡으면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가 헌법상의 권리가 됐다. 즉 다른 한편에서 기본권은 국민주권국가에서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권리라는 점에서 헌법을 구성하는 부분이면서 국민의 존재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국가운영의 주체이며 국가로부터 보호를 요구할 수 있으며 국가에 대해 책임을 지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권이라고 하여 일방적으로 보장만 받을 수 없으며, 이에 상응하는 국민으로서 책임이 있다. 여기서 국민과 외국인은 기본권의 주체에서 차이가 있다. 헌법상 열거되지 않은 권리는 보편적 인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헌법적 가치를 갖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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