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총선 당일 온 국민이 지정거리를 지키며 비닐장갑을 끼고 ‘선거방역’에 동참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19가 혹여라도 선거로 인해 확산될까를 우려해서였다. 이런 모습을 본 전 세계 외신은 ‘한국이 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극찬했다.
온 국민이 이렇게 두말 않고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선거에 참여한 날, 정작 정치인들의 모습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개념조차 보이지 않았다.
선거를 마친 15일 오후 여야 인사들은 일제히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과 국회 도서관 대강당 등에 마련된 각 당 개표상황실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출구조사와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참석자들은 해당 후보의 당선 유력 소식이 나오면 환호성을 지르거나 박수를 쳤다.
각 당 후보의 선거사무실 모습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마스크는 착용했지만 다닥다닥 붙어 앉아 개표상황을 지켜봤다. 마스크도 안 쓴 당원들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당선 소식을 접한 일부 후보는 측근과 껴안으며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교인들 붙어 앉는다며 고발하고 엄포 놓더니
이번 총선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보여준 코로나 사태를 망각한 듯한 행동은 온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초’를 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들이댄 잣대에 비하면 너무나 ‘내로남불’ ‘이율배반적’ 행태다. 그간 정부와 지자체는 집단 감염을 이유로 교회 등 종교시설에 ‘2미터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하고, 지침 위반 시 처벌까지 운운했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집회금지 명령에도 현장예배를 드린 사랑제일교회를 최근 고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식목일에 사람 없는 땅에 나무를 심으러 들어간 신천지 관계자조차 방역조치를 어겼다고 고발했다.
이처럼 국민에겐 방역지침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한없이 관대한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정치인은 피해가고, 국민에게만 감염을 일으킨다는 것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력과 위험정도는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자 1명이 평균 2~3명을 감염시킨다는 추정과 달리 평균 5.7명을 감염시키고 있다면서, 추정보다 2배 더 전염력이 강하다고 밝혔다.
또 국내 신규 확진자는 줄었지만 해외 유입과 무증상전파, 재양성자 증가 등 코로나19 확산 여지가 잠재돼 당분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돼야 할 상황이다.
그나마 이 정도로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 되고 있는 건,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 때문이다. 여태껏 지켜온 코로나 방어벽이 정치인들의 안일하고 오만한 생각과 행동으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고위험군은 방역조치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다. 국민에겐 지키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정작 자신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안 하는 ‘내로남불’ 정치인부터 잡아가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