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자제 속 전기 등 차단 가능성..벵가지 분리 전망도

(카이로=연합뉴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친위부대가 동부 지역의 도시를 차례로 함락하면서 반군의 수도 벵가지를 위협하고 있다.

반군은 교통 요충지인 아즈다비야를 순순히 내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으나 서방이 군사적 개입에 나서지 않는다면 압도적 화력으로 밀어붙이는 카다피 부대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군이 인구 10만 명의 이 도시에서 시가지 게릴라전까지 벌일 각오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카다피 부대가 아즈다비야를 완전히 장악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 도시를 차지한다면 카다피 부대의 다음 목표는 벵가지가 된다.

벵가지에서 남쪽으로 14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즈다비야에는 동쪽으로는 동북부 도시 토브루크까지 이어진 사막 도로가 지나간다.

아즈다비야를 차지한다면 카다피 부대에는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진다. 여세를 몰아 벵가지로 바로 쇄도해 가거나 토브루크를 먼저 함락해 반군의 퇴로를 차단하고 벵가지를 철저하게 포위하는 전술이 그것이다.

벵가지를 에워싸게 되더라도 카다피 부대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할 대대적인 공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구 67만 명의 대도시인 벵가지를 무차별 폭격했다가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될 것이고, 이럴 경우 국제사회의 여론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 쪽으로 급속히 쏠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카다피는 그간 라스 라누프나 브레가 등 다른 도시를 공략할 때에도 반군을 직접 노리기보다는 그 주변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겁주기' 공습을 실시했다.

카다피 부대는 또 14∼15일 이틀간 이어진 아즈다비야에 대한 여러 차례 공습에서도 무기 저장소나 반군 진영의 외곽을 때려 사망자 없이 부상자만을 발생시키는 지능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이에 따라 카다피 부대가 벵가지를 포위하게 된다면 반군 세력에 대한 고사 작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벵가지에 공급되는 전력을 완전히 끊거나 제한적으로 송전하고 식량 공급 등을 차단함으로써 반군에 대한 주민의 이반을 유발한 뒤 탱크와 장갑차를 시내로 진격시켜 반군 세력을 제압하는 전략이 충분히 예상된다.

하지만, 카다피가 무리한 강공법을 택하기보다는 벵가지를 분할하거나 반군에 자치권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의 스티븐 시몬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카다피가 90%를 차지한다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나머지 10%까지 욕심내겠느냐"며 "그것은 비용이나 이익 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라고 시사주간지 타임에 말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 체제의 이라크가 쿠르드 족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했던 것처럼, 카다피의 리비아도 그런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