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청교도 복음채널’에 올라온 기독자유통일당의 홍보영상.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비판하고 예수한국·복음통일을 목표로 기독교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출처: 청교도 복음채널 캡처)
유튜브 ‘청교도 복음채널’에 올라온 기독자유통일당의 홍보영상.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비판하고 예수한국·복음통일을 목표로 기독교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출처: 청교도 복음채널 캡처)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보수개신교 선거개입 논란

 

“자유민주주의냐, 공산주의냐 결정” 프레임 앞세워

일부 목사, 특정 정당 지지…정교분리 원칙 ‘무색’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보수 개신교계에선 예배나 기도회 등을 통해 특정정당 지지를 유도하는 등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과 행동을 해 논란이 됐다.

보수개신교의 선거개입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논란이다. 일부 개신교 개혁단체에선 선거법 준수를 촉구하는 운동을 벌이는 등 교회 자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념을 앞세우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일부 목사들은 여전했다.

총선을 앞두고 목사들의 정치적 발언과 관련 모니터링을 실시했던 평화나무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개신교 목사들의 선거법 위반 발언은 총선을 앞두고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기쁨교회 이남기 목사는 주일예배 설교에서 곧 있으면 “황교안 장로(미래통합당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겁니다”라고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차별금지법 등을 언급하며 특정정당 지지를 호소하는 목사들도 있었다. 여수은파교회 고만호 목사는 지난달 29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동성애를 반대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편에 표를 던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목사들은 이번 총선이 마치 ‘체제 선택 선거’라는 듯 프레임을 씌우고,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일 유튜브에 올라온 송촌장로교회의 박경배 목사의 ‘우한폐렴 전염병’이란 제목의 설교 영상. (출처: 유튜브 캡처)
지난 9일 유튜브에 올라온 송촌장로교회의 박경배 목사의 ‘우한폐렴 전염병’이란 제목의 설교 영상. (출처: 유튜브 캡처)

송천장로교회 박경배 목사는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너알아TV’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15 총선 이후에 토지공개념과 동일노동·동일임금 등을 주제로 다뤄야 하고 (총선이) 종교와 언론 분야의 기존 패권이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공산주의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교회와 공산주의는 함께 갈 수 없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며 “공산주의를 선호하고 동성애를 정강정책으로 하는 당을 지지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우리에겐 성경적 가치관을 중시하고 실현하는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경적 가치관을 실현하는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상 이번 총선에서 유일한 기독 정당인 ‘기독자유통일당’의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읽힌다.

기독자유통일당은 ▲반동성애 ▲반공 ▲반문재인 정부를 앞세우며 공산주의·사회주의에서 국가와 교회를 지키겠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는 지난 2월 28일 총회장 명의의 성명을 소속 교회들에게 보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남느냐 사회주의 체제로 가느냐 심각한 기로에 놓여있다”며 “4.15총선에서 우리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보수개신교의 선거개입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제20조 2항이 무색할 만큼 매 선거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조찬기도회다. 지난 1965년 고(故) 김준곤 목사(CCC 전 총재)의 제안으로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1968년 처음으로 열렸다. 표면적으론 국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질적으론 개신교가 권력을 향한 아부성 발언을 늘어놓는 공식적인 자리인 셈이었다.

특히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그 대표적인 자리로 꼽힌다. 당시 기독교 목사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여호수아에 비유하고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 사회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극찬을 늘어놨다.

또 지난 2007년엔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신도 10만명이 참석한 예배 자리에서 “장로님(이명박 후보) 꼭 대통령 되게 기도해 달라”고 설교해 논란을 빚었고, 한기총 대표회장 전 목사 역시 같은 해 4월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에서 “올해 대선은 무조건 장로님인 이명박이 하는 거니까 대선은 할 게 없다”며 “만약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내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 무조건 이명박 찍어”라고 말해 질타를 받았다.

이러한 탓에 한국교회가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이어왔다는 목소리는 계속돼왔다. 일부에서는 오늘날 개신교의 성장 이면에는 이렇게 권력을 향한 구애와 찬양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2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독자유당과 보수 개신교계가 홍준표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1200만 범 기독교계는 기독교 정신과 가치관, 정체성과 노선에 부합된 5.9 대선후보로 홍준표 후보를 지명·선언한다”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와 홍준표가 지지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지난 2017년 5월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독자유당과 보수 개신교계가 홍준표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이들은 “1200만 범 기독교계는 기독교 정신과 가치관, 정체성과 노선에 부합된 5.9 대선후보로 홍준표 후보를 지명·선언한다”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와 홍준표가 지지자들과 함께 손을 잡고 만세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DB

교계 내부에서는 극우 개신교 세력의 정치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과 정당한 주권의 행사’란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참여는 (하나님 나라 구현이란) 신앙의 요청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동시에 오늘날 민주적 헌정질서가 추구하는 정교분리 취지에 따라 규율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 방향은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의 정신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목사가 교회의 성직자 자격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기에 적어도 교회와 교회 대표의 이름으로는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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