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대구교회. ⓒ천지일보 2020.2.18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대구교회. ⓒ천지일보 2020.2.18

총선 직전 ‘31번 교회내 이동경로 허위진술’ 거론

신천지교회 이미 전수조사 완료… 거론 배경 의문

 

‘음성’ 나온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동선파악 왜?

잡으려는 게 신천지인지 코로나인지 ‘의혹 증폭’

 

대구 첫 코로나 증상자, 31번 아닌 곽병원 환자

곽병원 환자 발열기 ‘춘절’ 이동경로 여태 침묵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 15일을 이틀 앞두고 지난 13일 대구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31번 확진자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의 동선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또다시 정치권이 ‘신천지 때리기’를 통한 표심 얻기에 나선 것이 아니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이 신천지 교회에 대한 전수조사를 완료한 상황임에도 지난 13일 대구시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행정조사 결과, 신천지 교인인 31번 확진자가 허위진술을 했다”며 신천지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대구시는 “당초 2월 9일과 14일에만 방문했다고 31번 환자가 진술했었다”며 “사실 확인 결과 2월 5일에도 방문을 했고 2월 16일에는 (교회건물)층을 달리해서 여러 장소를 방문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내용이 허위진술인지 아니면 확진으로 인해 여러 가지 정황이 없어서 (스스로) 진술이 헷갈렸는지 그 부분에 관해선 저희들이 좀 더 파악해야 하는 상태”라면서 “기본적으로는 당초 진술과 다르다는 것을 저희들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대구시가 ‘허위진술’이 있었다고 하면서도 31번 환자를 대상으로는 전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대구시는 총선을 앞두고 신천지나 31번 환자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행정조사 결과라면서 해당 내용을 공식 브리핑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발표한 것은 특정한 의도가 있지 않겠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31번 확진자 ‘허위진술’ 의혹과 관련해 신천지 측은 14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31번 확진자에게 확인한 결과, 2월 18일 양성 판정을 받은 당시 역학조사관은 2월 6일부터의 동선을 요청했고, (31번 확진자는) 요청에 따라 있는 그대로 진술을 했음을 확인했다”며 “허위진술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초 조사관이 요청한 동선에는 2월 5일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31번 확진자의 동선에 대해 지난 2월 6일부터 파악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자료엔 31번 확진자의 동선에 대해 2월 5일이 아닌 2월 6일부터 파악된 내용이 공개돼 있다.

1~51번 코로나19 확진시기 및 2차 감염자& 31번보다 앞선 대구 확진자 내용 정리. 31번 환자는 2월 18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2월 8일경부터 발열이 있었다. 질본의 추가 조사과정에서 31번보다 앞서 폐렴증상으로 1월 29일과 2월 1일에 곽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이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구 최초 감염자인 곽병원 두 환자에 대한 최초 감염원과 이동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쳐) ⓒ천지일보 2020.4.14
대구시는 13일 브리핑을 통해 31번 확진자가 2월 5일 신천지 대구교회에 방문한 사실을 숨겼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천지 대구교회는 질본에서 31번 이동경로 파악 시 2월 6일부터 요구해 2월 5일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동선을 숨긴 사실이 없다고 14일 밝혔다. 실제 질본 홈피에 공개된 31번의 이동경로는 2월 6일부터 기록됐다. (출처: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쳐) ⓒ천지일보 2020.4.14

또한 대구시의 브리핑에선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대구시가 신천지의 예배가 정확히 언제 열렸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대구시는 31번 확진자와 관련해 “2월 5일에도 (교회를) 방문했다. 5일날 방문이 방역적 관점에서 허위 진술이라고 보여진다”며, ‘5일 예배 등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대해선 “예배는 아니고 단순 방문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천지는 14일 입장문을 통해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31번 확진자는 2월 5일 예배를 위해 교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신천지가 확인했던 것과 같이 ‘허위진술’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인 31번 확진자를 조사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지만, 대구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구시가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 대구시 “이 총회장의 1월 대구 방문 확인”

대구시는 “조사결과, 신천지 총회장이 1월 16일날 대구교회를 방문했다”며 “질병관리본부(질본)에 CCTV영상을 보내서 방역적으로 (코로나19 전파와) 어떤 의미가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3일 “전날(2일) 오후 과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채취한 이만희 총회장의 검체를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총회장 특별편지를 설명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3.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총회장 특별편지를 설명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3.2

이 총회장은 3월 2일 경기도 가평 평화연수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간병원인 가평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식기록상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이 총회장의 검체 채취를 요구했고, 검사결과 또 ‘음성’이 나왔다.

선별진료소를 통한 두 차례의 코로나19 검사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게다가 3월 3일 과천시에 따르면 신천지 총회 임원 14명과 신천지 요한지파 임원 11명도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대구시가 총선 직전에 이미 두 차례나 음성 판정을 받은 이 총회장의 대구 방문을 거론한 것 역시 신천지에 반감을 가진 표를 결집시키기 위해 정치적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 31번 앞선 곽병원 코로나 증상자, 이동경로는 감감

대구시에서 첫 번째로 발생한 확진자는 31번 환자이지만 그 또한 2차 감염자라는 사실이 질본 역학조사 결과 밝혀진 바 있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최초 전파자를 찾는 것엔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오히려 31번 환자의 동선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취재진은 31번 환자보다 먼저 증상을 보인 환자가 있었다면서 코로나19가 대구시에 최초로 유입된 경로에 대한 조사는 어디까지 이뤄지고 있는지, 먼저 증상을 보인 환자들에 대한 의무기록은 어떻게 검토되고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31번 환자가 증상 보이기 이전에 먼저 증상을 보인 사람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도 “비슷한 시기에 다수의 환자들이 동시에 증상을 나타냈기에 이 부분(의무기록)을 가지고 뚜렷한 유입경로를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것이 전부였다. 대구시 최초 유입경로 조사 관련 진행상황에 대한 시 관계자의 답변은 없었다. 분명 역학조사 결과 31번 환자에 앞서 증상을 보인 환자가 있었고 그 환자가 1월 29일과 2월 1일에 각각 곽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도 파악됐다. 그러나 대구 최초 증상발현자인 두 곽병원 환자의 감염원과 이동경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51번 코로나19 확진시기 및 2차 감염자& 31번보다 앞선 대구 확진자 내용 정리. ⓒ천지일보 2020.4.14
1~51번 코로나19 확진시기 및 2차 감염자& 31번보다 앞선 대구 확진자 내용 정리. 31번 환자는 2월 18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고 2월 8일경부터 발열이 있었다. 질본의 추가 조사과정에서 31번보다 앞서 폐렴증상으로 1월 29일과 2월 1일에 곽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이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구 최초 감염자인 곽병원 두 환자에 대한 최초 감염원과 이동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천지일보 2020.4.14

◆ 곽병원 환자들, 중국 관광객 넘친 춘절에 입원

방역당국은 지난 2월 대구지역 내 입원 중인 19세 이상 폐렴환자 503명에 대한 전수 검사결과 코로나19 환자 6명을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곽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던 2명은 31번 확진자 보다 먼저 증상이 발병한 것으로 확인한 바 있다.

‘양성’ 판정을 받은 곽병원 입원환자 2명에 대해선 감염경로가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분명한 것은 해당 환자 2명과 신천지 교인과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은 신천지 교인과 무관한 또다른 감염원에 의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선 중국의 명절로써 우리나라에 중국인 방문객 수가 크게 늘었던 ‘춘절’ 기간이 곽병원 환자의 발열기와 겹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대구시 코로나19 전파의 원인이 중국인 대거 방문에 따른 결과가 아니냔 의혹도 제기된다.

질본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구 최초 증상 발현자는 곽병원에 1월 29일 입원했던 65세 남성이다. 최초 발현시기를 1월 29일로 보면 최초 감염 시기는 잠복기 14일을 고려할 경우 1월 15일경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 시기엔 대규모 중국 수학여행단이 대구를 다녀갔다.

31번 앞서 두 명이나 코로나 환자가 있었음에도 해당 환자의 이동경로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대구시가 코로나19 대구 최초 감염원과 유입경로를 밝혀내려는 방역 노력보다, 신천지를 잡는 데 더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상생활을 하라고 주문한 시점이었고, 우리나라 최초 집단감염지는 신천지 대구교회가 아닌 경북 청도대남병원이다. 

주말에도 이어지는 방역 작업(대구=연합뉴스) 11일 오전 대구시 중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서 중구 공무원 및 자연보호대구중구협의회원 등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11일 오전 대구시 중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에서 중구 공무원 및 자연보호대구중구협의회원 등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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