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바람, 도쿄 방향으로 불고 있어 주민 불안감 확산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크고 작은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최악의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12일과 14일 제1원전 1·3호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15일에는 2·4호기에서 잇따라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1·3호기 폭발 사고와 달리 이번 2호기의 폭발사고에서는 격납용기가 처음으로 파손됐다. 앞선 2차례의 폭발사고에서는 원자로를 감싼 건물 외벽이 파손돼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지만 격납용기에는 이상이 없었다.

일본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2호기에 있는 원자로 격납용기의 압력억제실 설비 부근에서 오전 6시 15분경 폭발음이 발생해 이 설비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제1원전 정문에서는 이날 오전 8시 31분을 기준으로 시간당 8217 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검출되는 등 피해가 우려돼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측은 주변 주민들에 긴급 대피령을 내린 상태다.

문제는 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역할을 하는 설비인 격납용기가 손상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방사성 물질 누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이날 오전 9시 38분께에는 정기점검 중이던 4호기에서도 수소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으며, 현재는 진압된 상황이다. 도쿄전력은 기자회견을 통해 4호기의 원자로가 들어 있는 건물 5층의 지붕 일부가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지방 파손의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간 나오토(管直人) 총리는 이날 후쿠시마 4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방사능 수치가 크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간 총리는 또 후쿠시마 제1원전의 격납용기 손상 문제와 관련 “제1원전에서 20~30㎞ 주민들도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대기하라”면서 “앞으로 추가 방사성 물질 누출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반경 20㎞ 이내에 대해서는 이미 피난 명령을 내린 바 있으며 이날을 기점으로 30km로 대비 범위를 확대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4호기 원자로 자체는 11일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미 운전이 정지된 상태였으나 내부에 보관돼 있던 사용 후 핵연료가 열을 갖고 있어 수소가 발생하면서 1·3호기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수소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발로 인해 주변 지역의 방사선량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지역주민의 공포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등의 착용이 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후쿠시마 제1원전 정문 부근에서 매 시간 965.5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검출됐으나, 오전 8시 31분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방사선량이 8217마이크로시버트까지 급상승했다.

특히 바람의 방향까지 내륙으로 향하는 등 악조건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방사능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날 일본 기상청은 바람이 도쿄를 포함한 남서부 방향으로 천천히 불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도쿄에서는 이날 오전 방사성 물질이 평소보다 높게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대기 중에 떠도는 부유물을 관측한 결과, 핵 반응 생성물질인 요오드와 세슘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방사선량은 전날 정상 수준보다 23배 높은 시간당 0.809마이크로시버트로 관측됐다. 일반인의 연간 피폭한도는 1000마이크로시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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