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집 밖으로 외출할 때, 특히 다른 사람들 주변에 있어야 할 때 얼굴을 가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4.3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집 밖으로 외출할 때, 특히 다른 사람들 주변에 있어야 할 때 얼굴을 가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4.3

1월 20일경 韓-美 코로나19 첫 확진자
한국은 3월 10일 이후 뚜렷한 안정세 
미국, 확진자 31만 1357명 1위 폭증세

대응자세, 진단능력, 의료시스템이 갈라
의료진 헌신에 대구 의료인프라도 한몫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같은 시기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한국과 미국의 결과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한국 첫 확진자는 지난 1월 20일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여성이었다. 미국도 1월 21일에 첫 확진자가 나왔다.

4월 5일 10시 현재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1만 237명, 사망자 183명이다. 반면 같은 시기 첫 확진자가 나온 미국의 5일 현재 확진자는 31만 1357명, 사망자는 8452명이다.

미국 인구가 3억3000만명으로 한국(5100만)의 약 6배가 되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의 30배 가까운 확진자와 20배가 넘는 사망자는 변명할 여지없이 미국 정부의 방역실패를 의미한다.

문제는 현재 미국의 코로나19는 폭증세일뿐 아니라 의료시스템 붕괴 직전까지 와 있다는 점이다. 초기 ‘마스크가 필요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미국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3월 10일 이후 韓 안정세, 美 폭증세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이를 보면 3월 10일(7513명)이후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4월 5일 10시 현재 확진자 1만 237명 중 6463명이 격리해제 돼 치료 중인 환자는 3591명, 사망자는 183명이다.

미국은 3월 10일까지 총 확진자가 994명으로 한국보다 월등히 적었다. 그러나 3월 11일 처음 1301명으로 1000명을 넘은지 불과 16일 뒤인 3월 27일 10만 4126명으로 10만명을 돌파했다. 4일 뒤인 4월 1일 21만 5003명으로 20만 돌파, 다시 3일 뒤인 4월 4일(현지시간) 확진자 31만명, 사망자 8400여명에 이르며 증가세는 더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뉴욕주에서만 11만 4775명(4일, 현지시간)의 확진자와 3565명의 사망자가 나와 코로나19 확산세는 당분간 더 악화될 조짐이다.

[서울=뉴시스]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5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기준 세계 최대 코로나 19 환자 발생국은 미국으로 총 31만11357명이다. 뒤이어 스페인 12만6168명, 이탈리아 12만4632명, 독일 9만6092명 순이다.
[서울=뉴시스]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5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기준 세계 최대 코로나 19 환자 발생국은 미국으로 총 31만11357명이다. 뒤이어 스페인 12만6168명, 이탈리아 12만4632명, 독일 9만6092명 순이다.

① 美참사원인- 미국 정부의 ‘오만’

미국은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을 비롯해 최근 급증세를 보였던 이탈리아, 스페인도 제치고 누적 확진자 세계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이런 결과가 초래된 첫 번째 이유로 미국 정부의 오만을 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1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미국 내에서 발병한 이후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보고 대응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지난 2월 26일에는 "미국인의 감염 위험은 매우 낮다“며 미국인이 코로나19에 특별히 안전한 것 같은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지난 1월 30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질병이 발생한 중국 후베이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인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 대통령과 CDC의 낙관론이 최근 코로나19 폭증세의 원인이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최근 CNN 프로그램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초기 심각성을 평가 절하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그가 어설프게 대응하는 사이 사람들이 죽고 있다“ 책임론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13일에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자택 대피령 등 총력 대응했지만 이미 초기 방역에는 실패한 뒤였다. 미국의 안일한 인식과 어설픈 초기대응 결과는 참담하다. 백악관 전문가 테스크포스팀은 향후 최대 2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 모델을 내놨다.

미국은 지난 3일 기존 지침을 바꿔 공공장소 등에서 자발적으로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를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미 의료진마저 마스크 부족사태를 겪을 정도로 마스크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또 의료진 확진자 속출과 일반 확진자, 사망자 급증은 이미 美 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와 있는 위험신호라는 전문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천지일보 의정부=신창원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1일 오전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이 병원 직원 및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은 1일부터 폐쇄조치에 들어갔다.ⓒ천지일보 2020.4.1출처 : 천지일보
[천지일보 의정부=신창원 기자]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가운데 1일 오전 주차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이 병원 직원 및 환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은 1일부터 폐쇄조치에 들어갔다.ⓒ천지일보 2020.4.1출처 : 천지일보

② 韓-美 진단역량, 의료시스템이 가른 운명

각국 전문가들은 한국이 코로나19 급증에도 선방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를 대량진단 역량으로 보고 있다. 하루 2만건까지 대량 진단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분류한 덕에 지역사회 감염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었다.

반면, 코로나19에 안일했던 미국은 하루 진단능력이 400건에 불과하다. 한국처럼 빠르고 적극적인 검사를 하지 못한 것은 물론 비싼 검사비용도 화를 키웠다.

한국의 경우 진단비가 17만원 정도였던 것에 비해 미국의 초기 코로나19 검사비는 한화 약 500만원에 달했다. 소극적 검사와 비싼 검사료로 검사량이 적었기 때문에 초기에 확진자 수가 적었다는 사실이 최근 적극 검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선진화된 공공 의료시스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은 반면 미국의 낙후된 의료보험 시스템이 진단과 치료를 막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한 덕에 병원비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다. 또 ‘감염병 예방 책임을 국가가 진다’는 차원에서 코로나19 환자의 모든 치료비는 국가가 지불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스템이 환자들의 빠른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해 코로나19 대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 급증 배경에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최악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가진 나라로 평가된다. 소득에 따른 차등 의료보험제를 시행하고 있어, 국민 절반 이상이 무보험 상태다. 보험이 있어도 병원비가 상상을 초월한다. 의료보험이 없는 독감 환자의 경우 검사비만 약 한화 429만원, 보험이 있는 경우 약 15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은 미국의 한 여성의 경우 치료 5일째 되던날 ‘4300만원’에 달하는 병원비 영수증을 받았다고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한국과 같은 치료를 미국에서 받는다면 최소 1억원 이상의 병원비가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서민들이 코로나19보다 무서운 ‘돈’ 때문에 병원 문턱을 못 넘은 것이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주요 이유로 꼽힌다.

다행히 최근 미국 정부가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의 코로나19 검사비와 치료비를 대신 지급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그간 숨어 있던 무보험 환자들이 적극 검사와 치료에 나서 미국 확진자는 당분간 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왼쪽)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면담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3.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왼쪽)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면담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3.12

③ 대규모 집단감염, 대구여서 그나마 대처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에서 급증하면서 대구시는 병상과 시설 부족, 인력난 등으로 의료체계 붕괴조짐을 보였다. 이 때문에 ‘대구가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도시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좀 더 냉철하게 보면 대구여서 다행스러운 면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의료 인프라는 지역편차가 극심하다.

대구는 최근 5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의료도시로 선정된 곳이다. 2009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이후 국제의료서비스 중심도시 조성, 글로벌 수준의 의료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 활성화를 지원했고, 의료관광객 유치에도 힘을 쏟아왔다.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최고의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수용인원이 병상수나 시설을 초과해 잠시 혼선을 겪었지만, 그나마 대구였기에 이 정도의 혼란에서 멈출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첫 확진자 발생 한 달 만에 대구에서 촉발된 대규모 집단감염은 전염병에 예외가 없다는 경각심을 높여 민관이 더욱 코로나 예방수칙을 지키는 계기가 됐다.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④ 韓 집단감염, 신천지 아닌 일반교회였다면

한국의 코로나19 사태는 31번 이후 신천지 신도 대규모 집단감염이 확인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비록 대통령이 일상생활을 하라던 시기에 일어나긴 했으나 신천지 대구교회의 대규모 감염이 사회에 우려가 되면서 한동안 신천지를 비방하는 언론보도가 연일 터졌다. 언론이 신천지를 조명하면서 가장 비판하는 부분이 신천지의 폐쇄성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신천지의 폐쇄성이 방역에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일반교회는 사실상 실제 신도대비 출석교인 편차가 크고 출석체크조차 거의 되지 않는다. 또 해당 교인이 아니어도 원하면 출입할 수 있게 돼 있어서 누가 왔다갔는지 알 수도 없다.

반면 신천지의 경우 전국 어느 신천지교회에 출입해도 기록이 남는다. 이런 엄격한 관리 시스템 덕에 신천지는 방역당국이 요청한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한 전국 신도 명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출할 수 있었다. 24만 5000여명의 신도와 교육생까지 전수명단을 오차없이 제공할 수 있는 교회도 신천지가 거의 유일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또 31번 확진자 1명 발생 직후 자체적으로 전 교회 출입 및 예배 금지령을 내리고 선제적으로 자체방역에 나선 것도 최근 일반교회들의 예배 강행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물론 신천지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어느 교회나 단체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는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대구=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1일 오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 교대를 하기 위해 의료진이 보호구 착의실로 향하고 있다. 2020.04.01
[대구=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1일 오전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 교대를 하기 위해 의료진이 보호구 착의실로 향하고 있다. 2020.04.01

⑤ 韓, 최대 비밀병기 의료진… 처우는 논란

무엇보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빛을 발한 건 민간 의료시스템과 우리 국민의 위기 대응력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의료현장에 목숨 걸고 달려간 의료 자원봉사자와 공중보건의 등 헌신적인 의료진은 한국 코로나19 대응에서 최대 비밀병기다.

의료진은 감염병의 최고 위험군이다.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감염병 환자를 멀리하고자 하는 건 본능이다. 그러나 대구에서 대규모 감염사태가 터지자 전국의 의료진이 대구를 향했다.

코로나19 환자 케어 시 입어야하는 레벨D 방호복은 입으면 얼굴에 깊은 상처를 남길 정도로 무겁고, 2시간만 입어도 탈진할 정도로 착용 자체가 고역이다. 이런 방호복을 입으며, 가족과도 떨어져 장기간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있었기에 환자들의 빠른 치료와 회복이 가능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여러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의료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고, 이중 내과 개원의 한 명이 사망했다. 대구동산병원은 경영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코로나19 사태에 헌신한 50여명의 의료진을 해고시켰다.

양영태 박사는 3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의료진 감염은 여러 문제를 낳는다”면서 정부에 의료진 긴급 보호 대책을 촉구했다.

양 박사에 따르면 동료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다른 의료진은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진 이탈로 인한 공백은 다른 의료진이 메꿔야한다. 이로 인해 업무피로도가 높아지면 환자 치료에도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양 박사는 이런 이유로 “의료진의 사기 진작 프로그램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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