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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말만 ‘엄단’ 실제 처벌 거의 없어…
카드사 “모집인 책임”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장수경 수습기자] 최근 신용카드사의 회원불법 모집행위가 빈번히 적발되고 있다. 해당 카드사의 모집인들은 자신들의 실적을 올리기 위해 현금 지급 등의 교묘한 수법으로 카드 발급을 유도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 같은 불법 모집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는 기존 제재내용과 달리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1장 발급하면 5만 원짜리 상품권이 공짜

지난 8일 기자는 서울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 내 카드접수대를 취재했다. 이 가운데 구로점 AK플라자백화점 내 신한카드 접수대에서 이 같은 불법 모집행위가 적발됐다.

기자가 접수대에 다가가자 모집인은 미소를 지으며 신한카드를 사용 여부를 물었다.

신한카드가 있지만 잘 사용은 안하다고 하니 모집인은 관심을 보였고 신한카드 홍보책자를 보여주며 카드 할인 혜택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드 혜택은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모집인은 조용한 목소리로 “연회비가 8000원이지만 첫 해이기 때문에 대신 내 주겠다”며 카드를 하나 만들라고 권했다.

모집인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카드 한 장에 3만 원, 가족 추가 시 5만 원 상품권을 현장에서 준다고 말했다. 또 카드를 한 번 사용한 후 휴면이 될 때 까지 기다렸다가 카드를 재발급하면 신규가 아니어도 어디서든지 상품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 모집인의 불법 모집행위는 이곳만이 아니었다. 서울 신도림역 부근 이마트 매장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신한카드 모집인은 카드 발급에 관심을 보이는 기자에게 홍보용 책자를 보여주며 가입 시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모집인은 설명 도중 갑자기 “카드를 신규로 가입하면 현금 3만 원을 주고 신규 발급이 아니면 2만 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가 전화 통화로 ‘카드 가입 시 현금 3만 원 지급 여부’에 대해 재차 확인하자 그 모집인은 3만 원 안에 연회비가 포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짜는 아니다. 카드를 만들고 난 후 많이 사용해 달라는 뜻에서 (고객에게) 보답하는 것”이라며 카드 발급 첫 달에는 카드로 10만 원 이상은 사용해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옛날에는 이런 게(돈 지급) 없었는데 솔직히 점수를 채우기 위해서 이렇게 한다. 그만큼 요즘은 힘들다”면서 다른 지인에게도 소개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신한카드 기획홍보팀 이재영 과장은 이런 상황에 “솔직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전화 통화에서 “불법 모집행위 방지 교육은 하는데 일부 실적 욕심을 내는 모집인이 있는 것 같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실을 파악 못한 것이고, 다시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드사, 모집인 교육만 하면 책임 없나?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국내 7개 카드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카드사 간 외형확대 경쟁을 우려하며 불법 모집행위 및 불건전 영업경쟁 행위에 대해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불법 모집행위를 한 모집인의 제재는 강한 반면 소속 카드사에 대한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본지 기자가 롯데카드 불법 모집행위를 적발한 것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금융서비스국 중소금융과 김정주 사무관은 지난 9일 ‘보고받은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다.

김 사무관은 “현재 불법 모집행위 점검부분은 금감원이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그것(롯데카드 불법모집 행위)에 관해서는 보고 받은 것이 없다”며 “사실 관계를 다 알 수 없지만 불법 모집행위가 있다면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은 제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여신전문1팀 오시원 팀장은 지난 11일 “해당 마트 내 롯데카드 접수대 부스를 철수시키고, 모집인을 마트 소속 전문 모집인으로 대체했다”며 “본사 영업소 소속 모집인은 수당이 7만 원이지만 마트 소속 모집인은 4만 원이라서 현금을 지급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사에 대한 제재내용을 확인하자 “해당 모집인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는 자료를 확인했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제재는 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신용카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엄격하게 책임을 물기는 법률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지만 카드사가 전혀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모집인의 불법 행위 방지를 위한 교육 등의 관리가 잘 안 됐다는 점에서 윤리경영면이나 사회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여신금융협회는 불법 모집행위에 대해 제보를 주면 단속반들이 가서 실제적으로 무엇을 위반하는지 파악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여신금융협회 홍보실 관계자는 “불법 행위라는 것이 밝혀지면 해당 카드사에서 모집인을 처벌한다”며 “모집인마다 개인코드번호가 있어서 한 번 불법모집으로 걸리면 코드가 등록되기 때문에 다른 카드사에서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신협회등록기준에 따르면 카드 모집인은 법상 제약요건이나 모집질서와 관련해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카드회사를 통해 등록이 가능하다.

자격요건이나 제한요건은 없고 결격요건만 있는데, 결격요건이란 법상 신용카드 관련 법규를 위반해 2년 이내에 등록 취소된 사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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