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도쿄 소재 한 건물에 설치된 2020년 도쿄올림픽 현수막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3일 도쿄 소재 한 건물에 설치된 2020년 도쿄올림픽 현수막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비난 여론에 ‘백기’… 경제손실 7조원대

[천지일보=이솜 기자] 오는 7월 24일 막을 올릴 예정이던 도쿄하계올림픽은 1년 후로 연기됐다.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구촌에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이 점쳐지지 않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열 수 없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앞서 1, 2차 세계대전으로 5번의 올림픽이 취소된 적은 있으나 근대올림픽이 태동한 1896년 이래 올림픽이 연기된 것은 처음이다.

4년 주기로 짝수 해에 열리던 하계올림픽은 처음으로 홀수 해에 열린다.

이번 올림픽 연기 결정은 사실 요지부동이었던 IOC와 일본 정부가 세계의 비난 여론과 참여국들의 요구에 떠밀려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와 IOC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후에도 정상 개최를 고수했다. 올림픽을 취소 또는 연기 했을 때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정치적 상황 등 복잡한 손실에 따라 마지막까지 신중함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순식간에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해 각국 선수들과 국가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개최 고수에 대해 반발했고,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힘을 실으며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는 텅 빈 경기장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것보다는 그렇게 하는 편(1년 연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1년 늦게 연다면 무(無)관중으로 치르는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퍼져가던 올림픽 연기론에 불을 지폈다.

23일 캐나다와 호주도 연내 올림픽 추진 시 불참하겠다며 보이콧 여론의 선봉에 섰고, 미국올림픽위원회까지 선수 여론 조사를 근거로 IOC에 연기를 강력히 요청했고, 몇 시간 후 아베 총리와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연기 결정을 밝혔다.

그러나 대회 개막을 불과 122일 앞둔 상황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늑장 대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을 발표한 후 세계 뉴스통신사와 화상회의에서 결정을 미룬 이유에 대해 “처음엔 일본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있었고 4개월 반은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전 세계 상황이 특히 최근 며칠간 많이 나빠졌다”며 “세계 각국의 선수들에게도 극도로 힘든 상황일 것이다. 많은 선수의 이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바흐 위원장은 세계대전 이래 올림픽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비교라는 건 항상 너무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서 위험하다”면서도 “바이러스가 이렇게 세계에 번지는 걸 본 적이 없다. 올림픽에도 전례 없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현재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게 우선인 만큼 재정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아베 총리는 해결 방안을 찾고 성공적인 대회를 치르고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한편 25일 NHK에 따르면 일본의 민간 경제연구소는 도쿄올림픽 개최로 올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2조엔(약 22조 5천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1년가량 연기 결정으로 올해는 그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스포츠 경제학 등을 전문으로 하는 간사이 대학의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는 도쿄올림픽 연기에 따른 경제손실을 6천억엔대로 추산했다.

미야모토 교수는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경기장 및 선수촌 유지·관리비와 각 경기 단체의 예산대회 재개최 경비 등을 합산해 6408억엔(약 7조 2천억원)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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