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앞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군인들 모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감염병 방역의 본질은 주체인 국가가 감염원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23일 발표한 성명서 내용의 일부다.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방역은 안보만큼 투박해야 한다. 때론 매몰차게 선을 그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우한 코로나19 환자가 30명까지 나왔을 때도 정부는 일상 생활하라며 국민이 과하게 대응할까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31번 환자가 신천지 대구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매일 수백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금세 확진자는 수천명으로 늘었다. 31번 확진자는 하루아침에 대구지역 최초 슈퍼전파자로 낙인찍혔고 신천지는 코로나 진원지라는 누명을 썼다.

정부도 지자체도 모두 ‘신천지가 코로나 진원지’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고 실제 신천지 신도, 신천지 건물 방역에 과할 정도로 힘썼다. 덕분에 신천지 신도 상당수는 먼저 코로나 검사를 받고 목숨도 구했으니 정부나 지자체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듯싶다. 갑자기 쏟아진 신천지 확진자로 인해 유무형의 피해를 끼쳤으니 도의적 차원의 사과도 했다.

그러나 신천지 신도 중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만 부각되면서 정부와 지자체장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발원했고, 한국내 거주자 중 누군가 감염됐다면 그는 분명 이 우한 코로나의 피해자라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신천지 신도들이 모인 때는 대통령이 "집회 금지하지 말고 일상생활 하시라"던 때라는 사실이다. 또 신천지는 대구교회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당일로 누구의 지시가 아니라 교회 자체적으로 전 교회 예배 및 출입금지령을 즉시 내렸다.

지금 일반교회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예배 중단 권고에도 ‘종교탄압’이라며 예배를 드리겠다고 막무가내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16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교회에 대한 행정조사 진행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권영진 대구시장이 16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교회에 대한 행정조사 진행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권영진 대구시장이 24일 신천지 대구교회에 관한 일련의 조치에 대해 “신천지에 가혹한 게 아니라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천지 교인들로 인해 대구가 너무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권 시장이 “신천지 교인들로 인해 대구가 너무 고통 받았다”는 말을 악의적으로 뱉은 건 아닌 듯싶다. 권 시장이 신천지로 인한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하는 책임이 있는 지자체장이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신천지 대구교인들도 분명 권 시장이 지켜야할 대구시민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수많은 신천지 대구신도들은 ‘음성’ 판정을 받고도 직장에서 잘리는 것을 물론, 이혼 위기를 겪고, 가정폭력 등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신천지 신도들은 역병인 코로나와도 싸우지만 신천지에 씌워진 온갖 악의적 프레임으로 인한 2, 3차 피해를 당하면서도 호소조차 못하는 현실이다.

신천지 신도들의 피해는 따지고 보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으면 발생되지 않았을 고통인 것이다. ‘신천지 교인들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면 신천지 교인들이 겪는 이 고통은 누구 때문에 비롯된 것인지도 따져 봐야 한다.

“일상생활 하시라”던 대통령 말 믿고 일상적인 예배를 드리다 감염된 피해자를 탓하고 여론을 분열시키는 발언은 참으로 듣기 민망하다. 그런 발언이 이 코로나 사태 종식에 어떤 도움을 주는 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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