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즉 가족공동체에서 양성의 평등을 말하는 것은 부부간의 평등, 가족구성원 간의 평등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권, 평등원칙을 혼인과 가족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것이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평등원칙은 국가와 사회뿐만 아니라 가장 기초적 공동체인 가족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평등의 출발점은 부부간의 평등에 있다. 헌법이 혼인과 가족의 영역에서 평등을 강조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성별에 의한 차별은 구 민법에서 처(妻)의 무능력자조항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일본 민법으로부터 연유되었던 처에 대한 차별조항은 부부 평등에 기초해 폐지됐다. 그렇지만 2000년대까지 민법 조항에는 헌법의 평등조항에 배치되는 내용이 있었다.

2000년대 민법에서 평등원칙에 배치되는 대표적인 제도가 호주제였다. 이 호주제는 위헌논란이 계속되면서 헌법재판소로 가게 됐다. 당시 호주제에 찬성하는 입장은 이 제도가 우리나라 가족제도에 있어서 전통적인 제도라는 것이었고, 반대하는 입장은 일본에서 온 제도로서 남녀평등에 반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호주제는 찬반을 떠나서 평등을 기초로 하는 우리 헌법질서에서 남녀 간의 차별의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헌이다.

2005년 헌법재판소는 호주제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우리 헌법은 제정 당시부터 특별히 혼인의 남녀동권을 헌법적 혼인질서의 기초로 선언함으로써 우리 사회 전래의 가부장적인 봉건적 혼인질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헌법적 결단을 표현하였으며, 현행 헌법에 이르러 양성평등과 개인의 존엄은 혼인과 가족제도에 관한 최고의 가치규범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고 하면서, “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로서, 호주승계 순위, 혼인 시 신분관계 형성, 자녀의 신분관계 형성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 없이 남녀를 차별하는 제도”라고 해 위헌 결정을 했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구 민법의 “자는 부의 성(姓)과 본(本에) 따르고”라는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성명은 개인의 정체성과 개별성을 나타내는 인격의 상징으로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하고 발현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자유로운 성의 사용 역시 헌법상 인격권으로부터 보호”되지만,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제도를 헌법적 차원에서 보장하기 때문에 성(姓)에 관한 규율에 대해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헌법적 이념과 가치에 반하는 가족제도를 형성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진다고 해 무조건 부성주의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민법이 개정되면서 혼인신고 시에 부부가 협의하면 어머니의 성과 본을 자녀에게 부여할 수 있다. 이렇게 헌법의 평등규정을 근거로 부부와 가족관계에서도 평등원칙이 적용된다. 물론 우리나라는 여자가 혼인을 해도 외국과 달리 자신의 성(姓)을 그대로 가진다는 점에서 특별한 부분도 있다. 이렇게 부계혈통주의가 헌법의 평등원칙에 반한다는 점에서 국적법에서도 양계혈통주의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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