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탕(艾湯)

이수영(1953 ~  )

양지바른 산기슭에서 

뽀얀 솜털의 어린 쑥을 뜯어

끓인 애탕 한 그릇

달작지근하고 쌉쌀한 맛의

애탕 한 그릇을 잡수시는 동안

내내, 아버지는 눈가에

눈물방울을 달고 계셨다

― 온몸에서 쑥 향이 나는 것 같구나

마지막 봄날은 그렇게 갔다

 

[시평]

이제 연세가 높아 노환으로 고생을 하시는 아버지께 양지바른 산기슭에서 햇쑥을 뜯어다 쑥국을 끓여드렸다. 우리의 어린 시절 봄이면, 어머니께서 끓여주시던 쑥국, 애탕(艾湯). 봄의 향기를 담뿍 담고 있는, 그래서 은은한 봄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뽀얀 솜털이 뽀시시한 햇쑥으로 끓인 쑥국.

아버지의 마지막 봄날이 될지도 모르는 이 봄, 아버지의 마지막 쑥국이 될지도 모르는 이 쑥국. 쌉쌀하면서도 은은한 맛의 애탕 한 그릇을 잡수시는 동안, 아버지는 내내 눈가에 눈물방울을 달고 계신다.

쑥 내음 같은, 독특하면서도 은은한 아버지의 그 내음. 봄날에 막 피어나는 쑥 냄새와도 같은 아버지의 내음. 아버지는 늘 우리에게 그러한 분이셨다. 쑥 냄새마냥 뚝 쏘는 강건함과 함께, 또 부드러운 은은함으로 우리의 곁을 지켜주셨던 아버지. 온몸에서 풍기던 그 쑥 향기,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봄날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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