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명성교회 부목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명 발생한 가운데 26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 출입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2.2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명성교회 부목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명 발생한 가운데 26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 출입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2020.2.26

교회 내 잇단 확진자 발생

집단감염 우려 커지는데

주일예배 진행한단 교회

경기도만 2800개소 달해

 

정부·지자체 예배 자제 권고에

한교연 “예배 중단, 영적 재앙될 것”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정부나 지자체에선 연일 예배 등 종교계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주일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이 여전히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최근 지역 교회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집단감염이 현실화 하고 있는 가운데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의 결정에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 동래구 온천교회 입구에 일주일간 새벽기도회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 (출처: 연합뉴스)
부산 동래구 온천교회 입구에 일주일간 새벽기도회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 (출처: 연합뉴스)

◆ 약 2800개 교회 “주일예배, 진행하겠다”

지자체와 정부에서 연일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교회도 함께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일예배를 고집하고 있는 교회가 적지 않다.

경기도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총 5105개 교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8일 주일예배를 계획하고 있는 도내 교회는 2858개소(56%)인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또는 영상 예배로 전환한 교회는 44%(2247)에 그쳤다.

경기도 내 코로나 확진자만 130여명에 달하고 있지만, 약 2800개의 교회들이 예배를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뿐 아니라 충북도 내에서도 예배를 진행한다는 교회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신도 수가 100명 이상인 도내 교회는 235개다. 이 가운데 43%인 102개 교회는 이날 예정된 일요예배를 취소하고 온라인 등의 방법을 활용하기로 했지만 57%인 133개 교회는 축소 진행하거나 예정대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감염 위험이 더욱 높은 대형교회 같은 경우, 대부분이 온라인예배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일부 교회가 현장 예배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국내 주요 개신교단에 속한 대형교회 340곳의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날 주일예배 형태를 파악한 결과, 240곳(70.5%)이 온라인예배로 전환했고 나머지 50곳(14.7%)은 평소처럼 교회당에서 주일예배를 본다고 공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천지일보 2020.2.29
이재명 경기도지사. ⓒ천지일보 2020.2.29

◆ 정부, 거듭 ‘예배 자제’ 요청… 일부 교회 “무조건적 중단 안돼”

대구 지역 신천지 교회 사례 이후, 폐쇄된 공간에서 여러 명이 밀집해있는 교회의 예배 방식이 2,3차 감염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부산 온천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교인을 포함한 교인의 가족·지인까지 총 32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가 하면, 수원시에 위치한 생명샘교회의 예배로 감염이 발생해 신도와 가족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교회 내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와 정부에서는 주일예배 등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호소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8일 종교인들을 만나 “코로나19 감염률이 높고 위기의 초기 단계라서 예측이 불가하다”면서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개신교 내부에서도 당장은 주일예배를 중단하는 게 맞다는 여론이 크다. 개신교 단체들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신교 신자의 71%가 주일예배 중단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구속된 가운데 1일 오전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담임 전광훈 목사)에서 삼일절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3.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구속된 가운데 1일 오전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담임 전광훈 목사)에서 삼일절 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3.1

하지만 일부 개신교계에서는 오히려 주일 예배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무조건적인 예배의 중단은 더 큰 영적 재앙의 단초가 될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교연은 “기독교 신앙의 기본은 그 어떤 환경에서도 절대로 예배를 멈추지 않는 것”이라며 “그런데 작금에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교회 문이 닫히고 예배가 중단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거의 모든 방송과 언론매체들이 예배를 중단한 교회와 중단하지 않은 교회를 마치 옥석을 가리듯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예배를 지속하는 교회를 표적삼아 부정적 낙인을 찍고 있다”며 “여론 몰이에 의한 또 다른 종교탄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역시 코로나19를 이유로 종교집회를 중단시키는 것은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수백명의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교회들의 예배 강행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목사들이 헌금에 눈이 멀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실시간 댓글 등에서는 “솔직히 헌금 못걷을까봐 예배 강행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예배를 중단하는게)교인을 위하고 국가, 국민을 위하는 그리스도 정신 아니냐” “신천지보다 더 나쁜 목사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주말 상황을 지켜보면서 경기도내 종교집회 금지명령을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종교의 자유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제한할 수 있고, 감염병의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 49조에서 집회금지 등을 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종교 행사의 특성으로 인해 종교집회가 감염취약 요소로 지적되고 실제 집단감염 사례도 나타나고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활동자유의 제약이라는 점에서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 지사의 이러한 언급이 사실상 행정명령 결정으로 이어지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약 종교집회 금지명령이 현실화 된다면 지역 내 교계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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