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강만

작은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콧수염 기른 근엄한 기차들은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갑니다.
하루에 서너 번
풀숲에 숨어 핀 제비꽃을 발견해 낼 듯
남루한 열차가 멈춰 서서
그리움 몇 섬 내려놓고 갑니다.

추석 전날은
대처로 떠났던 순님이 얼굴도
언듯 보입니다.

 

[시평]

간이역이 있는 시골 풍경은 왠지 다정스럽게 보인다. 하루 종일 기차 하나도 서지 않아도, 다만 작은 역 하나만이 덩그마니 놓여 있지만, 그 풍경은 어쩐지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듯한, 그러한 풍경으로 바라보는 사라들에게 다가오기도 하다. 마을의 어린 소년, 소녀들은 이 작은 간이역에서 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리라.

뭐가 그리 바쁜지 급행열차는 전 속력을 다하여 멈추지도 않고는 씽 하고 그냥 달려지나가고, 그래서 더욱 황량하고 쓸쓸한 간이역. 어쩌다가 멈춘 남루한 열차에서는 내리는 사람 하나도 없고, 누가 내리려니 하는 기대를 저버린 채, 다만 그리움만 몇 섬 내려놓고 떠나간다.

그래도 명절을 맞이하면, 보퉁이를 들고 내리는, 대처로 나간 고향 사람들 하나 둘 보이고, 이번 추석에는 대처로 떠난 순님이도 고향에 올 것인가, 기다려진다. 그래서 그 한적한 간이역에서 반가운 순님이가 보퉁이를 들고 내릴까, 하는 설레는 마음이 있다.

간이역은 비록 열차도 많이 서지도 않고, 더더구나 사람들도 많이 내리지 않는 시골 한가하고 작은 역이지만, 간이역은 소년 소녀들의 꿈을 꾸게 하는, 그래서 머나 먼 미래로 갈 수 있는 역, 그러한 역으로, 우리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마음의 역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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