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 시인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武汉)에서 발생된 폐렴, ‘코로나 19’로 인해 세계가 떠들썩하다. 아름다운 장미의 흠집이 가시이듯 중국 내에서도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우한에서 몹쓸 병이 도져 아비규환이 전개되면서 중국인들만 아니라 중국 당국에서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발생되지 않아야 할 병원체가 그것도 중국 우한에서 발생해 그곳 거주민들은 큰 곤궁에 빠져들었고, 후베이성을 위시해 전 지역 중국인들의 입장은 말이 아니다. 한마디로 난리통을 만났다.

중국 우한이 어떠한 곳인가. 인구 1100만명이 넘는 거대도시 우한은 중국 현대사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중국인의 존경을 받아온 지도자 쑨원(孫文) 대총통이 이끈 1911년 신해혁명의 발상지로 오늘날의 ‘중화민국’이란 이름을 탄생하게 만든 도시이니 중국인들에게는 애정이 각별한 도시이다. 이 도시에는 황학루와 장강대교, 동호벚꽃공원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바, 필자는 그 명승도시를 여행하고 아름다운 도시라고 찬미했는데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4년 전 우한 자유여행을 가서 며칠간 그곳에 머물면서 도시의 멋진 관광 풍경들을 구경하고 본란에 ‘봄날의 우한에는 방초(芳草) 향기 가득하다’는 제하의 글을 쓴바 있는 필자로서 좋은 풍경과 함께 ‘코로나19’로 텅 빈 거리나 시민들이 곤란에 처해진 것을 상상해볼 때에 씁쓸한 기분이 든다. 매년 3월이면 동호(東湖) 일대 벚꽃공원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장관이다. 일본 아오모리현 히로사키 벚꽃공원, 미국 워싱턴 벚꽃공원과 함께 세계 3대 벚꽃공원으로 유명하다. 지금쯤이면 한창 움이 돋고 새싹을 피워내며 봄기운으로 가득할 도시가 코로나19로 인해 시가지 전체에 공포와 시름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니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런 악조건 상황에서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또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우한시민들을 위해 중국전역에서 발 벗고 나섰다는 보도를 매일 보면서 중국인이라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여겨진다. 우한 시민들이 폐렴을 옮겼고, 코로나19 발생지로써 응당 원망하고 비판이 나올만한데도 그런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우한시민들의 어려움을 내 이웃처럼 생각하고 정성껏 물품을 보내면서 한편으로 ‘우한 힘내라(武汉加油)’라고 격려하고 성원하는 차량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니 지금은 비록 힘이 들어도 그 어려움이 곧 사라지리라 본다.

정작 문제되는 곳은 대한민국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국내 확진자 30명이 채 안되고 격리치료 중이던 환자가 완치돼 퇴원하는 등으로 우리국민들이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게 웬 날벼락인가. 지난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오더니만 며칠 사이에 대구·경북지역에서 확진자가 791명으로 불어나 세균과의 한바탕 전쟁하는 TK지역이 되고 말았다.

중국 전역에서 ‘우한 힘내라’ ‘중국 힘내라’ 플래카드나 현수막을 붙이고 빨리 안정세를 찾으려는 중국인들의 노력에 비해 우리 사회에서는 온갖 가짜뉴스들이 횡행하고 있고, 확진 환자들을 비난하는 못난 추태까지 부리고 있으니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안동의 천주교인이나 부산 기독교회 신자가 확진 판정을 받아 힘든 상태인데,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교인이고 또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예배를 본 사람들 중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는 이유를 들어, 31번 확진자와 신천지 교인을 비방하고 심지어 CBS 등 기독교 언론 매체에서는 고기가 물 만난 듯 신천지 교회를 ‘이단’이라고 비방하고 매도하기 바쁘다.

필자는 불자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법화경을 쓰고 외우면서 기도한다. 가족 안위가 주된 것이지만 때론 우리 사회의 건강을 기원하기도 한다. 오늘 아침 읽은 글 중에서 법화경 권지품(勸持品)에 나오는 내용인즉 ‘오직 바라옵건대, 근심하지 마옵소서.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 두렵고 두려운 악한 세상에서 우리들이 마땅히 설하오리다. 모든 지혜 없는 사람들이 악한 입으로 헐뜯고 꾸짖으며, 칼과 막대기로 때릴지라도 우리들이 모두 마땅히 참겠나이다’라는 구절은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에서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31번 확진자를 비롯한 확진자나 음성 판별된 신천지 교인은 결국 피해자이다. 정부가 중국 폐렴 발생 초기에 철저하게 대처하면서 홍보를 잘했더라면 지금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구 신천지교인들이 중국을 다녀오지 않았고, 또 대통령이 나서서 “곧 우한폐렴이 종식될 것”이라는 말에 감기 기운이 코로나19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종교의 예배 방식까지 문제 삼고, 기독교에서는 때를 만난 듯 신천지교회를 비방하고 있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이거늘 하물며 종교인으로서 남의 불행을 기뻐하듯 행동해서야 되겠는가. 자기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존중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 기본도 못 갖추고 불행한 사태를 만난 타 종교인을 헐뜯는 자야말로 진짜 사이비 종교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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