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한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4

정부, 위기 경보 ‘심각’으로 격상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는 없어

“정부여당 안이한 인식·대응 탓”

“이번엔 신천지, 다음번엔 누가?”

[천지일보=명승일, 이대경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질 않으면서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실패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신천지, 언론 등에는 책임을 물은 반면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조치를 여전히 하지 않는 정부여당을 향해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너무 안이한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코로나19의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감염병 위기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네 단계로 구분된다. 위기 경보를 ‘경계’로 상향한 건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을 때 이후 처음 생긴 일이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전국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가 부랴부랴 위기 경보를 상향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의료계 등은 위기 경보를 상향하는 한편 중국 전역으로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으로 1월 23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은 23일까지 한 달간 76만 1833명의 동의를 받은 채 마감됐다.

하지만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24일 “중국 후베이성에 대해 여전히 입국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이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 추가적인 전략이나 확대에 대해선 추후 상황 변동이 있을 경우 방역당국과 협의를 통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한 배경에는 정부여당의 안이한 인식과 대응이 불러온 참극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문 대통령은 앞장서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을 우려해 경제·소비 활동을 장려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남대문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부의 지원보다도 국민이 과도한 불안감을 떨치고 경제활동과 소비활동을 활발하게 해주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지난 13일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검역 당국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지난 14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국민께서도 정부를 믿고 안전행동수칙을 참고하시면서 일상생활을 유지해 주시고, 기업도 예정된 경제활동에 적극 나서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내수·소비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내수·소비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하지만 지난 18일 신천지 성도인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부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자 정부여당은 신천지 등을 향해 책임의 화살을 돌리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집단 감염의 발원지가 되고 있는 신천지 신도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확진 환자들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신속한 전수조사와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7일에는 “경제적 피해가 2015년 메르스 사태보다 더 크게 체감된다”면서 “일부 언론을 통해 지나치게 공포와 불안이 부풀려지면서 경제·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론에 책임을 물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24일 “최대 피해자는 신천지를 넘어 신천지의 비협조로 불안에 떠는 국민”이라며 “신천지 교단은 연락두절된 교인을 비롯해 모든 교인이 방역당국에 협조하길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천지 등에 책임을 묻기 전에 정부가 초동 대처를 적절하게 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조치 등을 하지 않고 초동 대처에 실패한 정부가 사과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24일 “어떤 특정집단에 대한 대책보다도 전국적인 사태”라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은 여전히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 침묵을 넘어 이제는 남 탓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며 “신천지 ‘때문에’, 언론 ‘때문에’, 일부 보수성향 집회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손가락질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7일에는 일부 언론이 공포 불안을 부풀려 경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한 대통령이었다”며 “이번에는 신천지, 또 다음번엔 누가, 어떤 집단이 이 정부 남 탓의 제물이 될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한 코로나19 대책특위-예방의학 전문가 합동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우한 코로나19 대책특위-예방의학 전문가 합동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24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