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얼굴모양(人面紋)을 와당에 사용한 나라는 고 신라였다. 일제 강점기 경주 흥륜사지에서 출토된 얼굴모양 와당은 일본에 반출됐으나 1972년도에 회수되었다. 신라 와당은 한국인이라기보다는 서구적 여인의 얼굴에 가깝다. 수줍은 듯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어 신라의 미소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백제지역에서는 얼굴모양 와당의 출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 절터에서 전(塼)이나 암막새에서 용면(龍面)을 찾을 수 있으나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유물은 아직 찾아지지 않았다.

고구려인들도 와당에 얼굴 모양을 사용했을까. 다양한 고구려 얼굴 모양이 조사된 것은 최근이다. 이 와당들은 고구려에서 많이 유행한 소위 귀면(鬼面)이라고 불리는 용면(龍面)과도 비교 된다. 필자는 이 얼굴와당이 용면보다 일찍 유행했다고 본다.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2.24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2.24

고구려인들은 어떤 모양의 얼굴을 조형했을까. 이들이 즐겨 사용한 얼굴은 치우상(蚩尤相)에 가깝다. 이마에 3개의 뿔을 가진 무서운 상이 있는가 하면(본보 시리즈. 16회 글) 뿔이 없는 소박한 장사의 얼굴도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와당은 역사상(力士像) 같은 얼굴에 비해 정감이 가는 서민의 얼굴이다.

위로 치켜든 도톰한 눈두덩에 눈은 반개 한 듯 자비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신라 인면문 와당의 얼굴과는 비교된다. 인자하고 웃는 얼굴이지만 건강하고 강한 모습이다.

이마에는 굵은 선이 있고 눈썹을 약간 치켜뜨고 있다. 눈꼬리는 올라갔으며 코는 들창코 형이다. 입술은 도톰하며 입가에는 수염이 만들었다. 미소를 지은 상이나 오른쪽 입가가 약간 올라 가 있다.

이 와당은 외구에 1조의 굵은 선문대를 만들고 그 안에 짜임새 있게 얼굴을 배치했다. 주연은 높고 아무런 무늬가 없는 소문대를 이루고 있으며 전체적인 구도가 균형 잡혀있다. 모래가 섞인 경질이며 적색이다. 경 15cm 두께 3.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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