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악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확진환자 ‘정신적 고통’ 호소

네티즌, 신상털어달라 요청도

전문가 “악플 아무의미 없어”

“오히려 신뢰 갖는 게 더 중요”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 개인신상이 필요 이상으로 유포되거나, 확진자에 대한 무분별한 욕설과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등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A(28, 여)씨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제발 내 신상정보를 퍼뜨리지 말아달라”며 “(신체적) 아픔보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의도해서 걸린 것이 아닌데 제가 이렇게 대상이 돼 보니 악플이 많이 따갑다”며 “상처받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는 ‘마녀사냥’식으로 확진자가 마치 범죄인인양 확진자를 향한 악플이 수없이 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디 29na****는 “나쁜x 영혼까지 털려라. 재도 남지 않을 만큼 털려봐야 무슨 짓을 한줄 알지”, cle****는 “닭xx리x야. 너 때매 사업장이 중단됐다. 공장이 동네 구멍가게냐?”는 글을 남겼다.

이뿐 아니라 그동안 코로나19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악플도 있다.

eggf****는 “범죄자들 신상 좀 털어주세요. 사태가 이 지경이 되게 한 원흉들입니다”, mash****는 “이 여성분 말고 맨 처음 31번 확진자 신상 좀 공개해주세요. 탈탈 털게”라는 댓글을 올렸다.

확진자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시민들은 코로나19 감염 자체보다 감염으로 인해 자신의 신상이 노출되고 이로 인해 입을 피해를 더욱 두려워 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월 31일부터 2월 4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설문조사에 따르면, 상황별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를 5점 척도를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내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비난, 추가피해를 받는 것이 두렵다’가 평균 3.52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신상 털기는 잘못된 것”이라며 “확진자도 보호가 필요한 환자이며, 일반 환자 이상으로 서로 협력해서 잘 치료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 (악플을 달면 환자를) 오히려 움츠리게 만들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우한교민이 겪었던 상황을 예시로 들면서 “우한교민들이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굉장히 반대가 많았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받아드리는 분위기가 되면서 오히려 좋게 끝났다”며 “이런 식으로 (대처를 해야) 되는 것이지, 이게 네가 주범이라는 식의 (악플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악플은 마치 특정 세력이나 집단을 지목, 완전히 배제시켜 문제가 거기에 있는 것처럼 만드는 나쁜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기회에 우리가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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