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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분리 원칙’ 못 지켜… 논리 오류 발견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이슬람채권(수쿠크)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통과가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로 지난달 22일 무산됐다. 이는 개신교계 세력이 나라의 경제권을 ‘쥐었다 폈다’ 할 정도로 여론형성 규모가 상당히 커졌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국내 3대 종단 중 개신교만 유독 이슬람교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4일 개정안 ‘불통’ 소식을 접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 목사가 ‘대통령 하야’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개신교에서 강경한 입장 발언이 나올 것이라 예상됐지만 서울·경기도권 대형교회 주일예배에서 ‘수쿠크 반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달 27일 조 목사가 갑작스레 해명서를 발표하면서 정부와 극도로 대립각을 고수한 개신교계 ‘수쿠크법’ 반발 시위는 더욱 사그라진 분위기다.

조 목사는 해명서에서 “이슬람 자금의 유입이 본 국가와 사회에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해 말한 것일 뿐”이라며 “대통령의 하야를 의도적으로 거론한 것이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수쿠크 법안에 대해 발언한 당일은 교계단체의 임원 취임식으로 일반 성도가 아닌 교계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였기에 반드시 주지해야 할 신념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 목사는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과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다”고 사과했다.

천주교와 불교는 이에 대해 “국가 경제정책에 종교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며 별다른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현재 교구청의 공식입장은 없다”면서 “종교적인 접근보다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경제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대한불교 조계종도 “이슬람채권법 문제는 국가 경제정책과 관련된 문제로 종교에서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김용구 기획홍보팀장은 “그들도 우리 사회의 종교 일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이슬람교에 대해 이질감을 가지고 있진 않다”며 “얼마 전 조계종 총무원장님(자승스님)께서는 이슬람사원을 방문하셔서 ‘종교 간 상생’을 논하기도 하셨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진보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정확한 입장발표는 없지만 수쿠크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며 “토론회 날짜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슬람학을 전공한 한 전문가는 개신교가 이슬람채권을 이슬람포교로 연관시키는 것은 굉장한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개신교인들이 이슬람교가 국내 정치에 개입돼 면세를 받는 것에는 극구 반대하면서 정작 개신교인들은 현재 정치에 참여해 논란이 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개신교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에 이슬람문화가 들어와 이슬람화가 되는 것이면서도 정작 이 나라를 성지화하려고 하는 종교는 개신교 아니냐”며 개신교의 이기적인 논리에 대해 문제가 있음을 꼬집었다.

또한 “개신교인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봐도 얼마나 개신교가 정교분리를 위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천주교처럼 성직자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면 정교분리가 확실해 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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