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가 지난 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입주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한기총 해산 촉구 제2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평화나무) ⓒ천지일보 2019.7.7
평화나무가 지난 5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입주한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 한기총 해산 촉구 제2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출처: 평화나무) ⓒ천지일보 2019.7.7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1989년 12월 28일 서울 강남 침례교회에서 36개 교단과 6개 단체가 모여 창립했다. 한때 교세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며 위력을 발휘했지만 부패함으로 교계로부터 외면을 당한 한기총. 지난달 한기총은 쓸쓸하게 서른 살의 생일을 맞았다. 새로운 한 세대를 시작할 수장을 뽑는 대표회장 선거에도 ‘하나님을 죽인다’고 종교적인 망언을 내뱉은 이가 단독 후보로 등장했을 정도다. 교계에서는 한기총은 가망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교회는 한기총을 외면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기총의 역사적인 핏줄에는 한국교회의 피가 흐른다. 본지는 한기총이 지나온 30년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오늘날 한국교회에 던져주는 의미를 찾아본다. 

개신교 시민단체, 문체부에 ‘한기총 법인 해체’ 청원

“한기총 해체”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수 20만 돌파

전광훈 정치행보로 한기총 설립 취지 멀어졌단 지적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잇따른 막말과 도를 넘는 정치행보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덩달아 한기총 해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된 이후, 한기총이 정치 행보에만 몰두하면서 종교 기관이란 설립 목적과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한기총의 해산 요구가 높아지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 전 목사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전 목사와 관련해 연일 언론에서 쏟아내고 있는 내용은 선거법 위반, 폭력집회 주도, 학력 논란, 막말 등 목사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한기총의 사단법인 해체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등장했다. 이 글은 이미 정부의 답변 조건인 동의자 수 20만명을 훌쩍 넘겨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뿐 아니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는 지난해 3월과 8월에 이어 지난 1월 한기총의 법인 해산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청원했다. 평화나무 측은 “주요 교단들이 다 이탈하고 있고 한국교회를 더 이상 대표할 수 없는 한기총이 계속 존치된다는 것을 그야말로 위험물질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2011년 금권선거 사태로 한기총 해체 촉구 운동 ‘폭발’

사실 한기총의 해체를 요구하는 이러한 목소리는 수년 전부터 계속 있어왔다.

한기총 해체 외침이 폭발했던 시기는 바로 지난 2011년 초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금권선거 실태가 드러날 당시다. 당시 대표회장으로 선출됐던 길자연 목사의 선거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됐다.

월드비전 등 구호단체를 비롯해 소속 교단과 단체들의 한기총 탈퇴 러쉬가 이어졌고, 교계 내부에서는 한기총의 자정능력은 이미 상실됐으며 한기총의 개혁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교회개혁실천연대(교개연)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을 비롯한 10개의 개신교 단체들은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기독인네트워크)’를 구성해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금식기도회를 여는 등 대대적인 ‘한기총 해체운동’에 돌입했다.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 소속인 신흥식 장로(왼쪽에서 첫 번째)가 12일 오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를 위한 금식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 소속인 신흥식 장로(왼쪽에서 첫 번째)가 12일 오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해체를 위한 금식기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특히 기독인네트워크는 블로그·페이스북 등을 통해 일반인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한기총이 해체돼야 할 이유 95가지’를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돈으로 자리를 사고파는 한기총은 당장 해체해야 함. ▲돈으로 권력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기총은 해체되어야 함. ▲하나님 이름으로 정치를 하려 하는 한기총은 해체되어야 함 등이있었다.

◆ 목사, 평신도, 신학생도 “한기총은 무조건 해체돼야”

국내에서 저명한 개신교 인사들도 적극 나서 한기총 해체를 외쳤다. 당시 손봉호(73) 고신대 석좌교수는 “한국 개신교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이 돈 선거를 하는 상황이니 한국 개신교가 이보다 더 타락한 적은 없었다”며 한기총은 무조건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기총이 해체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한기총 내부 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짚으며 “한기총은 없어도 된다. 사회와 교회에 큰 물의를 일으키니깐 차라리 없어지는 게 (한국 교회에도) 낫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손 교수는 “한기총 문제는 갑자기 벌어진 게 아니다”라면서 “한국 개신교 문화가 잘못돼가고 있는 와중에 한기총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가 14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온누리교회에서 ‘종교개혁의 모토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이해’를 주제로 월례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진행했다.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가 루터의 종교개혁의 핵심인 ‘오직 성경’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가 14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온누리교회에서 ‘종교개혁의 모토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이해’를 주제로 월례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진행했다. 고신대 손봉호 석좌교수가 루터의 종교개혁의 핵심인 ‘오직 성경’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천지일보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백종국 교수는 당시 한국교회의 자정능력을 점검한다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해 한기총이 한국 개신교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외면하게 하는데 공헌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한기총에 대해선 “인애와 공평과 정직이라는 성경적 기준과 반대되는 세력”이라고 표현하며 “부패한 한국교회의 자정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지만 일단 전도의 장애물인 한기총을 해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목회자를 포함한 평신도, 신학생들도 한기총 해체를 외치며 들고 일어섰다.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목회자·평신도·전문인 100인 선언문’이 발표되는가 하면, 총신대 학생들을 포함한 신학생 약 700명이 직접 성명을 내고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기총이 돈과 권력의 우상에 빠져 자신의 양심은 물론 한국교회를 죄악 가운데 팔아버렸다”며 “한국교회를 온 세상 중에 조롱거리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 “강제개종 중단” 해외로 뻗어가는 한기총 해체 촉구 목소리

최근 한기총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해외로까지 뻗어가는 모양새다. 한기총 소속 목사들이 자행하고 있는 강제개종에 대한 심각성이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세계 종교계에서도 한기총을 종교단체로 볼수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종교연합사무실이 지난해 2월 필리핀과 호주에서 ‘차별 없는 종교세상, 하나되는 종교지도자’를 주제로 진행한 행사에 참석한 파키스탄의 넬슨 페르바지 목사는 “강제개종의 피해로 목숨을 잃은 고(故) 구지인 자매에게 행한 한기총의 행위는 결코 묵살 되선 안된다”며 “그들이 하는 일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 이날 HWPL의 행사에 참석한 각 종교계 인사들은 정치에 관여하고 강압적으로 개종시키며 타종교 및 교단을 핍박하는 한기총은 해체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극우적 발언과 편향적 정치행보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전 목사가 다시금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게 되면서 한기총의 존립은 올해 더욱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즈 27일자 광고 내용.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미 뉴욕타임즈 27일자 광고 내용.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18.11.29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