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택배

김선태(1960 ~  )

겨우내 춥고 어두웠던 골방 창틈으로 누군가

인기척도 없이 따스한 선물을 밀어 넣고 갔다.

햇살 택배다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눈부시다.

 

[시평]

소한(小寒), 대한(大寒)을 지나 겨울은 이제 고비를 향해 달리고 있다. 며칠 전 입춘(立春)도 지났으니, 봄도 이제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절기(節氣)는 말해주고 있다. 겨울은 추위와 함께 닫힌 문, 그리고 두터운 옷과 이불 등으로, 왠지 산뜻하기보다는 웅숭그려지는, 그러한 느낌의 계절이다.

이러한 겨울의 으스스하고 또 침침한 골방 창틈으로, 절기를 어떻게 알았는지, 계절은 조금씩 따스해진 햇살 한 줄기를 밀어 넣어준다. 인기척도 없이 마치 따뜻한 선물을 몰래 놓고 가듯이, 따스한 햇살 한 줌을 밀어 넣어준다.

한 줌의 햇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다. 비를 내려주고, 이슬을 내리고, 또 눈을 내려주고, 바람을 불어주고, 햇살을 내려주고. 이러한 혜택으로 우리는, 아니 만물은 자연인 대지에서 태어나고 또 그 자연에 뿌릴 내리고, 이렇게 살아갈 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보이지 않는 어느 신비한 손이 부쳐준 택배 마냥, 춥고 어두운 골방 창틈을 비집고 들어와 놓고 간 햇살 한 줌. 그러한 무위(無爲)의 자연에 진정 감사할 수 있는 마음, 그러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진정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마음을 지닌, 그런 사람이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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